수요일의 해방일지 #4
한 학생이 손을 들어 질문한다. “이번 공모전 주제가 너무 광범위해서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막막합니다. 공모전 준비 팁 좀 주실 수 있나요?” 담당자가 마이크를 든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저희가 얻고 싶은 아이디어는, 자잘한 SNS 운영안보다는 좀 굵직굵직하고 큰 규모의 캠페인 아이디어입니다. TV 광고도 좋고, 오프라인 프로모션도 좋고, 다양하게 준비해주시면 그 점을 참고해 채점할 예정입니다.” 장내는 조용해지고, 학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담당자의 말을 메모한다.
그날 밤, 귀가하는 내내 머릿속을 맴도는 건 오랜만에 만난 교수님도, 함께 술잔을 기울인 선후배도 아닌, “자잘한 SNS와 굵직굵직한 캠페인”이었다.
SNS는 자잘한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굵직굵직한 캠페인으로 브랜드를 알게 된 사람이, 브랜드를 더 알아보고 싶을 때 어떤 행동을 할까? 나라면 SNS에 브랜드 명을 입력하겠다. 이때 브랜드에서 꾸준히 운영해오던 SNS 채널은 빛을 발한다. “우리는 꾸준히 도전하는 브랜드예요”, “우리는 힙힙힙한 브랜드예요”, “우리는 일 잘하는 사람들이 모인 브랜드예요”라고 저마다 소리친다. 브랜드의 이미지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이때 SNS 채널을 자잘하다고 생각해 방치하거나, 그때 그때의 유행만 반영해 일관성없이 운영해온 브랜드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중 오롤리데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오롤리데이는 ‘MAKES YOUR LIFE HAPPIER’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더 행복한 삶’을 지향한다. 인스타그램 @ohlollyday.official 채널은 온통 행복에 대한 콘텐츠로 가득하다. 그 뿐만 아니라 오롤리데이의 마스코트, 못난이 캐릭터도 자주 등장하는데 귀여운 캐릭터의 모습은 행복 그 자체다. 친근&발랄&유쾌, 귀엽다 못해 행복한 브랜드 이미지를 채널 전반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모베러웍스는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유튜브 @MoTV 채널에서 가감없이 보여준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고, 브랜드 명을 결정하고, 함께할 팀원을 구한다. 실제 브랜드를 전개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의 막막함과 계획대로 진행될 때의 성취감을 채널 구독자와 함께 나눈다. 콘텐츠를 1화부터 쭉 보다 보면 어느새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를 내가 함께 만들었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내가 만든 브랜드를 애정하지 않을 순 없다. 제품이 나오면 굳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응원하는 마음으로 구매한다.
브랜드의 콘텐츠가 차곡차곡 쌓인다.
꾸준히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그 이미지에 동의하는 브랜드의 팬이 생긴다.
SNS 채널은 결코 자잘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