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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커 Dec 24. 2022

나의 단어-1

수요일의 해방일지 #5

“나의 단어를 소유해 보세요.”라는 권유를 받았다.


짧은 문구나 단어의 조합으로 나를 표현한다는 건, 어렵지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단어 소유하기’를 시작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권유자는 팁까지 알려주었다.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세요.” ‘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았다. 또, 마케터로서 항상 남(브랜드 타겟)을 이해하려고만 노력해왔지, 정작 나를 이해하는 일에는 크게 신경 쓰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결론이 날지 시작도 전에 설렜다.


나는 무언가 좋아하기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게 늘어간다는 건, 무기가 하나씩 느는 느낌이다. 좋아하는 무언가, 그 영역 안에 있는 남(브랜드 타겟)을 수월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의식적으로 좋아하는 걸 늘리려고 노력한다. 그동안의 노력의 결실들, 지금 어떤 것들을 왜 좋아하고 있는지 이 기회에 정리해 보자. 내가 좋아하는 것들, 라이커의 라이크 꾸러미를 열어본다.


“좋아하는 게 좋은 사람” 얼마 전,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건 문구다.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좋아하는, 그 행위 자체를 계속해서 좋아하는 삶.


나는 좋아하는 게 참 많다. 그중 하나는 노트와 펜이다. 여행을 가면 꼭 그 도시의 서점이나 소품샵에 들러 노트와 펜을 산다. 그 도시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한, 혹은 제일 귀여운 디자인으로. 노트와 펜은 가벼워서 좋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살 때의 마음도 가볍고, 무게도 가벼워 매일 가지고 다니며 때때로 꺼내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가장 아끼는 펜은, 희진이와의 신혼여행 비행기 안에서 인적 사항을 쓰던 태국 펜이다. 챙기려고 챙긴 건 아닌데, 비행기에서 내려보니 주머니에 펜이 있었고, 지금은 내 필통 안 보물 1호다.


책도 좋아하는데, 한 번에 한 권씩 읽지 않고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또 날씨에 따라, 또 하는 업무에 따라 읽고 싶은 책을 골라 든다. 지금은 <더퍼슨스 No4 : 브랜드 디렉터> *일 잘하는 브랜드 디렉터들의 인터뷰집 와 <일놀놀일> * 일과 놀이의 경계 허물기에 관한 자기계발서, <생각의 기쁨> *좋은 생각을 만드는 태도와 그 태도에서 비롯된 생각하는 기쁨의 순간을 모은 에세이, <그 좋았던 시간에> *시인의 여행의 순간을 들여다보는 여행 산문집 를 읽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사는 속도는 항상 읽는 속도를 이긴다. 아마도 책을 읽는 것보다 사는 걸 좀 더 좋아하나 보다. 아니면 잘 하는 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이석원 님이다. 일상의 언어로 글을 쉽게 정말 잘 쓰신다. 적당한 위트와 깊은 공감, 본업은 가수(이석원님은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인디락밴드의 멤버다)라는 점이 작가님을 더 좋아하게 만들었다.


커피도 좋아한다. 특히, 산미가 없는 원두로 내린 라떼를 좋아한다. 매일의 루틴이 있는데, 아침 출근길에 한 잔(카라멜 마끼아또 같은 단 커피), 점심 먹고 한 잔(아메리카노), 오후에 당 떨어질 때쯤 또 한 잔(다시 단 커피) 더 마신다. 항상 아이스다. 뜨거운 커피는 입에도 못 대는 ‘얼죽아’라는 병에 걸렸다.


드라마도 좋아한다. 인생 드라마는 ‘멜로가 체질’이고, ‘스물다섯, 스물하나’ ‘나의 아저씨’도 애정 한다. 요즘은 ‘종이의 집(한국판)’과 ‘재벌집 막내아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소방서 옆 경찰서’를 번갈아 가며 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한 번에 5개 드라마를 보고 있었네. 그러니 항상 시간이 모자라지. 드라마는 주로 지하철 안(매일 왕복 4시간 동안 나와 함께하는 출퇴근 메이트다)에서나, 희진은 헬스 가고 이안은 잠든 후 집안일을 할 때나, 쌔근쌔근 잠든 이안이 옆에 누워서 본다. “맨날 드라마만 보지 말고, 이안이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좀 찾아서 봐”라는 희진의 말에, 가끔 ‘산후조리원’이나 ‘금쪽상담소’ 같은 부류도 챙겨본다.


아직 좋아하는 게 많이 남았는데, 오늘의 글쓰기 분량을 채웠다. 욕심내면 체하기 때문에 우선 1편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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