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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면지 Sep 01. 2022

휴식하는 용기

휴식하는 용기





지난 주말, 조그마하지만 운치 있는 어느 섬마을에서 오롯이 나만을 위한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여기저기 뷰가 멋진 카페를 옮겨 다니며 사색에 잠기거나, 소소하게 섬 주변의 맛집 리스트를 뽑아 여유롭게 혼밥을 즐기고,

한적한 시골 동네의 산책로를 걷는 일 따위의 연속인 하루일 뿐이었으나 근래 들어 최고였다 할 수 있는 진정한 휴식이었다.


이전의 ‘휴식’이란 결코 쉬운 이 아니었다.

적어도 내게 있어선 적잖은 ‘용기’가 필요한 행위였던 걸까.


허공 어딘가에 시선을 둔 채 멍하니 워 있는다거나 가만히 뒤로 기대어있는 등의 단순한 물리적 시간 소모를 휴식이라 정의할 수 있겠으나

문득문득 떠오르는 업무에 대한 고민들,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사사로운 생각 꼬리들, 혹은 세월이 갈수록 눈에 보이게 늙고 병약해지시는

부모님에 대한 봉양 걱정, 초음속으로 성장하는 자녀의 뒷바라지, 더불어 나이 먹는 나와 아내의 건강관리 등의 온갖 미래에 대한 답 없는 고민들.

이런 고민들을 애써 잠식시키고 비로소 휴식에 집중할 때쯤이면 불쑥 다가와있는 아이의 하교시간.


분명 휴식이라 하기엔 찜찜한 구석들로 가득한, 또 다른 구속의 연속일 뿐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애초부터 사사로운 잡념들을 배제시켜 버리는 일. 온전한 나의 하루를 영위하는 행위 용기가 필요했으며, 이는 모든 이타적 행위에서 스스로 벗어날 용기. 휴식할 ‘용기’였다.


비로소 깨달은 진정한 휴식의 맛에 적어도 한 달 한 번은 온전한 휴식을 취하겠다고 마음먹어 보았으나

도무지 아내에게 이야길 꺼내놓을 용기가 나지 않아 난감하다.


아내에게 선언할 진짜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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