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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면지 Feb 15. 2024

작가와의 만남

동네의 작은 도서관에서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제안해주셨다.

이야기를 건네 듣는 순간 맘속으로는 단칼에 거절했지만, 거절의 기술이 부족한 탓인지 타고난 어리바리 탓인지.. 질질 끌다가 결국엔 설득을 당해버렸다.


번듯한 내 책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삽화라는 숟가락을 얹어 몇 숟가락 떠먹어 봤던 경력이 전부인데 작가와의 만남이라니. 이건 애초에 시작부터 성립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머릿속에 온통 거절을 합리화(? ) 시킬 생각뿐이었다


몇 분간 요청과 거절의 대립구도 말미에 결국 설득을 당한 나였고, 책 작가와의 만남이 아닌 우리 동네 삽화가 정도의 소박한 명분으로 컨셉을 바꿔달라는 소심한 요청을 드렸는데 기획의도를 바꿔버릴 수도 있는 무례한 요청을 흔쾌히 받아 주셨으니, 극 i 성향의 나에게 또 한 번 커다란 도전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거절의 합리화는 실패했으니, 이제는 자기 합리화가 필요한 단계일까?


동네에 이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꽤 있다고 하셨다.

작은 지방의 도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흔치 않고 더 접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분야의 이야기. 관심에서 더 나아가 목표로 잡고 싶지만 막연하여 그 어떤 것이라도 나누고 싶을 이야기. 그런 일을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야기. 그 과정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


그렇게 주저리주저리 같이 떠들다 보면 주어진 90분 정도의 시간 정도는 채울 수 있지 않을까? 그림을 그리겠다는 사람이 되어서 나와 내 작업에 대해 90분 정도의 이야기도 풀어내지 못한다면 다른 무엇인들 할 수 있겠느냐 라는 자존심의 문제?


어찌 되었든 자기 합리화도 어느 정도 되어가는 듯했고


남들은 관심도 없는 내 이야기만 주야장천 풀어놓는 꼰대가 되거나, 주야장천 하소연과 푸념만 늘어놓는 진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꼰대가 되든 진상이 되든, 작가라는 수식어가 함께할 테니 외롭지는 않겠다.


이 얼마나 간절히 바라던 인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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