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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의 맛

랜덤에 진심인 얘짠을 보며

by 이면지





요즘 얘짠은 랜덤에 진심이다.

게임을 할 때도,

"아빠! 이거 랜덤 박스 까볼까?"

이미 쓸모없는 아이템만 잔뜩 나온 전적이 있지만, 얘짠의 손가락은 망설임이 없다.


아침에 먹을 시리얼을 고를 때도

"오늘은 운명에 맡긴다!"

눈을 가리고 직접 만든 랜덤 박스 안으로 손을 뻗지만, 결국 마음에 안 든다며 다시 랜덤 박스를 집어 든다.


심지어 핸드폰에 넣어준 노래 제목을 전부 물음표로 바꿔 놓고,

“오늘의 운명적인 선곡은…?”

그러고는 첫 소절이 나오자마자

"아, 이게 아니야."

하며 다시 랜덤을 돌린다.


책을 읽을 때조차 눈을 감고 손을 뻗어 랜덤으로 책을 고르는데,

그렇게 골라 놓고는 표지를 한참 보다가 조용히 꽂아 두고 제일 좋아하는 책을 집어 든다.


이런 얘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랜덤의 진짜 재미는

어쩌면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더 재미있는 과정을 만들어 가는 데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매주 랜덤으로 로또를 구입하면서

과정 따윈 잊고 결과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나.

얘짠에게 랜덤을 즐기는 법을 한 수 배워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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