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용어에서 유래함. 바둑돌 석 점이 둘러싸고 한쪽만이 트인 그 속을 뜻하며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호구(虎口)'라고 명명됐다. 호구 안에 상대의 돌이 들어올 경우 한 수만 더 놓으면 그 돌을 따낼 수 있어 좋은 모양으로 환영을 받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다른 뜻으로 통용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사용예시>
내가 지를 벗겨먹으려는 걸 그 호구가 알겠어?
걱정하지 마, 쟤 호구라서 부탁하면 무조건 들어줄 걸
부장 놈은 나를 무슨 호구로 아는 듯 자기 업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떠넘기고는 한다
- 호구와 유의하나 그 의도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개념으로는 이타주의자(altruist), 기버(Giver), 에코이스트(Echoist) 등이 있으며, 호구의 개념적 정의를 내리기 전에 이들의 대략적인 의미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타주의자
- '이타성'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주의로, 행동의 목적을 타인에 대한 행복에 둔다는 것으로, 남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주의와 반대된다. altruism이라는 용어는 19세기 실증주의자 오귀스트 콩트가 만들었다.
- 순수한 이타주의는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직접적 혹은 간접적 이득이나 보상을 바라지 않고) 무언가(예를 들어, 시간, 에너지, 소유하고 있는 물건 등)를 희생하는 것이다.
- '진정한 이타주의가 존재하는가?'에 관한 논쟁은 굉장히 빈번히 일어난다.
공유, 도움, 혹은 희생이라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개인적 만족감이라는 형태로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이라는 점에서 심리학적 이기주의 이론(the theory of psychological egoism)에서는 보상이 없는 공유, 도움, 혹은 희생이라는 행동이 진정한 이타주의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의 타당성은 본질적인 보상(reward)이 혜택(benefit)인가 아닌가라는 애매모호한 경계의 구분에 달려있다.
◆기버
-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의 저서 <기브 앤 테이크> (★호구 필독서 No.1)에서는 사람들을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누었는데, 베풀기 좋아해서 항상 퍼주는 사람을 기버(Giver), 준 것보다 더 얻으려고 하는 사람을 테이커(Taker), 받을 수 있는 만큼만 주는 사람을 매처(Macher)라고 정의한다.
- 기버는 남으로부터 받는 것보다 더 주지 않으면 매우 불편해한다. 타인과 갈등이 있을 때도 내가 손해 보는 것을 택한다. 또한 공감능력이 매우 높아서 다른 사람의 감정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려고 한다. 흔히 말하는 착한 사람의 전형이다.
- 저자는 그중에서도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남을 위한 일을 하고 자신의 성과나 결실을 남에게 내어주고 다들 나아갈 때 한 발 뒤로 물러나주고 손해를 편하게 받아들이는 기버에 주목한다. 기버는 성공이라는 사다리의 최상단만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아래쪽 실패의 영역도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신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주는 사람'이 그 누구보다 거대한 성공을 이룬다는 주장을 하는데, 베풀기만 하다가 결국 지쳐 떨어지는 사람과 계속해서 시너지를 만들어내며 점점 성장하는 인생을 사는 사람의 차이를 들어 성공한 기버(성공한 호구)가 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에코이스트
- 임상 심리학자인 크레이그 맬킨이 <나르시시즘 다시 생각하기>(★호구 필독서 No.2)라는 저서에서 도입한 개념으로, 자기애가 강한 '나르시시스트'의 대척점에 있는 자기애적으로 보일 것을 두려워하는 특징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나르시시스트와 마찬가지로 그리스 신화에서 파생된 언어로 스스로 의견을 말할 수 없으며 남의 말을 따라 해야 하는 ‘에코‘라는 요정에서 비롯되었다. 타인의 반영에서 자신의 모습을 볼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
- 최근 나르시시즘의 폐해가 알려지면서 반대급부로 주목받았는데, 주로 나르시시스트에게 가스라이팅 당하는 피해자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관계중독이나 과도한 상호의존성으로 인하여 정신적 학대자들에게 종속당하며 실질적인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코디펜던트(Codependent)라는 심리학 용어로 정의하기도 하는데, 이쯤 되면 치료가 필요한 병리적인 단계로 넘어가게 되니 이만 스킵하기로 한다. (나는 아니겠지)
그렇다. 호구는 단편적으로 보기에 이타적이고 좋은 사람으로 비친다.
타인의 의견에 잘 동조해 주고,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 쉽게 동화되며 비언어적인 표현, 즉 분위기나 말투 등을 잘 읽어내기 때문에 상대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눈치 있게 잘 도와주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직업적으로 인정받고 사회적 관계가 원만하며 꽤 괜찮은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호구의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볼 때 우리는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타인에게 관대한 반면 본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이 있으므로 타인이 실수를 하거나 기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내도 쉬이 넘어가면서 자신의 결과물은 더 완벽히 하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그로 인해 자주 자신을 비난하거나 책망하는 편이며 과도하게 몰아세우는 면이 있기 때문에 쉽게 번아웃이 오거나 우울감을 갖게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걸 현타라 부르기로 했어요)
또한 명확하고 분명하게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고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제 생각엔 이럴 것 같아요’처럼 에둘러 말하는 화법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래서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자신의 생각에 대한 100%의 확신이 있기 전까지는 항상 타인의 생각에 급하게 동조할 마음의 여지를 두는 습관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읍읍)
거절을 하기 어려워하는 습성이 있으며,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해도 쉽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상대가 무례한 말을 한다거나 누가 봐도 선을 넘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즉각적으로 불쾌감을 표현하지 않는 편으로 심지어는 선을 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타인과의 경계선이 없거나 모호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자신이 호구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호구당하게 만드는 구렁텅이로 손잡고 뛰어드는 경우다. (일명 나 혼자 죽을 순 없지 버전)
물론 약간의 자각이 오기 시작할 때 일반적인 호구들은 무의식적으로 회피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호구로서의 자신을 인정하고 객관화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호구들의 회복탄력성은 그닥 훌륭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호구라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의 상황 역시 쉽지 않다. 어찌어찌 착취자와의 손절을 해냈다 치더라도 이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자기 비하나 자기 책망, 자존감 하락, 타인에의 의지, 호구력 상승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자력으로 빠져나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