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흔들리면 기준이 무너진다

일곱 번째 이야기 :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신념을 가져라 ①

by yangTV

인사업무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판단하는 업무이다. 휴가, 출장, 결근, 지각, 조퇴, 외출 등 각종 사원의 근태 적용에 대한 판단부터 시작해서, 인력운영에 대한 경영판단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매우 방대하며, 단순히 정해져 있는 기준에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기준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판단한다.


이렇게 많은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이 판단의 모순이다. 아무리 기준이 명확히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언제나 같은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사람의 기억은 매우 한정되어 있고, 생각은 언제나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동일한 일에 대해서도 처해 있는 상황이나 그때의 기분, 판단자의 기억 오류 등으로 인해 다른 판단을 해 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은 동일한 판단을 하고 있더라도, 사원들에게 적용될 때에는 자신의 판단과는 다르게 적용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한 명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팀도 하나의 조직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인사담당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팀장에서부터 말단 사원까지 다양하게 있고, 당연히 각자가 동일한 사안에 대해 다른 판단을 해 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때로는 담당자 선에서 다른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동료 인사담당자, 또는 상사가 다른 판단을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판단에 대한 공유가 되지 않을 경우 이런 문제도 생기게 된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판단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판단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결국 기준이 흔들리게 되고, 인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누구는 이렇게 적용하고, 누구는 저렇게 적용한다면 당연한 결과이고, 이는 굳이 세세한 예를 들어 설명하지 않더라도 사원의 불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예측 가능하다.


인사업무를 담당하다 보면, 판단기준이 너무도 명확하고, 인사팀 내에서도 공통의 판단기준을 가지고 적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판단을 하고자 하는 유혹을 겪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인정'이라는 사람의 감정 때문이다.


인사업무는 사람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고, 그것을 수행하는 이도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판단을 하는 데 있어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감정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무엇이라도 더 해주고 싶고, 평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던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해주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사원의 출퇴근 등 근태를 관리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기업, 특히 제조업에서 근무시간은 임금과 직결된다. 그렇다 보니 이 출퇴근 시간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출퇴근 시간을 수기로 관리하기보다는 보통 시스템으로 관리하게 되는데, 이 시스템이 만능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출근시간이나 퇴근시간을 체크하는 것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시스템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 기업에서는 근태 정정신청절차라는 것을 마련하고 있었다.

출근시간 또는 퇴근시간이 누락된 경우, 인사팀에서 임의로 당사자에게 확인하여 기록하는 것은 안 된다. 데이터의 신뢰성도 없으며, 신뢰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때문에 해당 인원은 반드시 근태 정정 신청서를 작성하여 해당 부문장의 승인을 얻어 인사팀에 제출하고, 인사팀이 그것을 승인하여 근태에 반영하는 것으로 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절차로 진행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고, 약속된 기준인데, 이렇게 절차를 따른다는 것은 매우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또한 직원 중에서는 상사의 승인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는 사원들도 있었다. 이 때문에 평소 인사담당자와 친분이 있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그냥 근태에 출퇴근 시간을 반영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사담당자의 입장에서는 그리 큰 일은 아니니까 라고 별다른 의식 없이 해 주기도 하고,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평소 친분이 발목을 잡아 해 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 한 번의 반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분명, 요청했던 그 사람은 또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면 부탁을 할 것이고, 그런 이야기를 전해 받은 누군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또다시 요청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거절하기 어렵다.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안 해주는 것이냐고 따져 물어올 테니까.


인사담당자가 누군가의 편의를 봐서 도와준 것이 항상 나에게 좋은 쪽으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연 그런 배려를 받은 사람은 언제까지나 고마워할까? 그때는 분명 그런 마음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배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어설픈 배려는 다른 사람과의 차별을 야기하게 된다.


누구보다 결정된 기준을 명확하고 공정하게 적용해야 할 인사담당자가, 스스로 그 공정성을 무너트리고 기업의 규율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인사담당자인 당신이 일관성 있는 판단을 하지 않고, 유연성이라는 이름 하에 사람에 따라 달리 적용할 경우, 그것이 가져오는 폐해는 너무도 크다. 스스로 지키지 못한 기준으로 인해 차별이 발생하게 되고, 인사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당신에게 오게 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올바르게 판단하고, 그것을 모든 사원에게 공정하게 적용한다는 것은, 기준을 바로 세우는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자신을 지키는 힘일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무거운 입으로 모두의 믿음을 얻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