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의 결혼한 부부들을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불화를 겪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런데, 그 불화가 생기는 원인은 부부들 사이의 문제보다는, 각자의 집안 문제가 얽혀 이것이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신혼집에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오거나 현관 비밀번호를 막무가내로 알려 달라고 하는 어른들의 요구, SNS에 친구로 추가해 달라는 거절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요구, 시누이나 친척의 잦은 방문, 사위나 며느리에 대한 차별대우, 일방적인 며느리의 희생 강요, 사위와 장모의 소원한 관계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이렇게 시댁이나 처갓댁과 얽혀서 부부간의 다툼이 불거진 경우가 너무도 많은데, 그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툼의 원인은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 어른들의 지나친 간섭과 이로 인한 서운함이다.
결혼한 이상 양가 식구들의 간섭은 어쩌면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일 것이다. 그래도 이 간섭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부부의 당당함이 아닐까 싶다.
내 아내는 그 당당함을 갖추기 위한 첫걸음으로, 경제적 독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는 처음 결혼을 준비할 때부터, 양가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와준다는 부모님의 도움을 정중히 거절하고 어떻게 든 우리의 힘으로 해 보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했다. 그 덕분에 결국 우리가 원룸에서 시작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웠을 때 난 잠시나마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아내는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단호히 거절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혼한 이상 우리끼리 헤쳐 나가 보자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그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부모님은 때때로 우리 부부 사이에 끼어 간섭하려 했지만, 그런 간섭에도 우리들은 좀 더 당당할 수 있었다. 만약 우리가 부모님의 도움으로 집을 얻고 결혼을 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는 좀 더 소극적인 대응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도움을 받은 만큼 거절은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독립한 우리들은 하나의 독립된 가정으로서 우리들의 목소리를 좀 더 낼 수 있었다.
아내의 그런 확고한 생각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 다른 집처럼 어른들의 말에 휘둘리고, 서운함에 불화가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아내에게 고맙다.
사랑하는 자기야.
우리가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의존했다면,
우리는 아마도 다른 부부들처럼 조금은 더 다퉜을지도 몰라.
새로운 가정을 꾸린 이상, 독립해야 한다는 너의 말.
그 말이 새삼 공감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