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편 집 먼저 챙기기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⑤
요즘에는 시대가 많이 변해서, 결혼한 남편들이 처갓댁을 정말 잘 챙기는 듯하다. 이런 남편들이 많아지다 보니, 딸 가진 부모들이 부러움을 사는 시대가 되었고, 결혼하는 사람들에게 처갓댁에 잘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말을 내가 하는 것이 조금은 쑥스럽지만, 나도 처갓댁 식구들에게 인기가 좋은 편이다. 아무래도 처갓댁과 가까이 살다 보니, 더자주 찾아가고 같이 여행을 간다.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기면 먼저 가서 챙기고, 처갓댁 어른들의 생신이나 명절을 우선 챙기게 된다. 남들 만큼은 아닐 수 있지만, 나름대로 잘 챙기다 보니, 장인어른이나 장모님도 여기저기 자랑을 많이 하셨나 보다. 그래서 그런지 처갓댁 친척들도 사위를 잘 얻었다며 나를 볼 때마다 많이 예쁘게 봐주신다.
처갓댁에 잘하면 몇 가지 좋은 점이 있는데, 그중 가장 좋은 점은 부부 사이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자기 부모를 잘 챙기는 사람을 싫어할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 내 아내도 마찬가지다. 내가 나서서 처갓댁 식구들을 챙기는 모습을 볼 때면 항상 흐뭇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미처 모르는 게 하나 있다.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도 이렇게 처갓댁을 챙기려고 노력할 수 있는 이유는, 오로지 아내에게 있다는 것이다.
“아내가 고우면 처갓집 말뚝 보고 절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아내가 좋으면 아내 주위의 보잘것없는 것까지 좋게 보인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 남편도 사람인 이상 항상 주기만 할 수는 없다. 처음 몇 년 정도는 그럴 수 있지만, 그것도 계속되다 보면 왜 나만 희생해야 하냐는 생각에 지치기 마련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이나 희생은 있을 수 없다. 내가 지치지 않고 지금도 처갓댁에 잘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챙기지 않아도 내 아내가 우리 집 부모님을 대신 챙겼기 때문이다.
내 아내는 시댁에 가면 열심히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같이 먹을 식사를 준비했다. 아무리 살림이 어려웠을 때도 부모님께는 꼭 좋은 것을 해주고 싶다며, 자기가 먹고 싶은 것도 참아가며 몇 개월을 그렇게 아껴 선물을 준비했다.
몸이 아픈 아내가 매 순간 일어나는 고통을 참아가며, 즐거운 듯 웃으면서 우리 부모님에게 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선물을 살 돈이 없으면 안 사도 될 것인데 기어이 우리는 써 보지도 못한 비싼 선물을 사드리는 모습. 그런 모습을 보며 내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차마 말은 못 했지만,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아내는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우리 부모님을 챙기는데, 내가 처갓댁에 잘하려고 노력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아내가 무엇을 참아가며 노력하고 있는지 알면서 모른 체할 수 있을까?
결혼 생활은 어느 한쪽의 희생만으로 될 수 없다. 서로가 서로를 챙기려고 노력할 때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내 아내는 나에게 그런 삶의 이치를 가르쳐 주었다.
사랑하는 자기야.
먹을 것도 없을 정도로 힘들었던 그 시절, 아픈 몸으로도 우리 부모님을 잘 챙겨줘서 고마워.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마음.
우리 앞으로도 서로 의지하며 열심히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