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함께 한 너에게 전하고 싶은 말 ⑥
아내는 몸이 좋지 않다. 그렇다 보니, 집안일의 많은 부분을 도맡아 하는 편이었다.
나는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에 오면 먼저 청소기를 돌린다. 대충 청소가 마무리되면 미리 해 놓았던 밥을 데우고 국을 끓이는 등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저녁식사가 끝나면 설거지를 하고, 아내에게 먹일 진통제 등 각종 약을 준비한다. 주말에는 대청소를 한다. 쓰레기가 쌓여 있으면 버리고, 화장실 청소나 밀린 집안일을 한다. 퇴근이 늦은 나는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다 보면 저녁 12시가 되어서야 집안일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우스갯소리로, “12시 됐으니까 퇴근할게.”라고 장난처럼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런 나를 보면서 아내는 항상 미안해했다.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쪼르르 내 옆에 와서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는 했다.
그렇다고 매번 모든 집안일을 내가 하는 것은 아니다. 빨래는 아내가 했고, 몸상태가 괜찮을 때면 혼자서 끙끙대며 청소를 해 놓고 기다릴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설거지도 해놓고 싶었지만, 몸이 힘들어서 청소밖에 못했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이 말이 하고 싶다.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나는 아내를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언제나 즐겁다. 한 번도 집안일을 하면서 싫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집안일을 하는 나를 보며 아내가 더 이상 내게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부부로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내 아내와 결혼한 것은, 나 대신 집안을 청소하고, 요리할 사람이 필요해서가 아니다. 그런 것이라면 가사도우미를 쓰면 될 일이다. 같은 공간에 같이 산다는 이유로 꼭 집안일을 분담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누가 하면 어떤가?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면 그만이고, 먼저 발견한 사람이 하면 그만이다.
내가 아내와 결혼한 것은, 아내와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이다. 서로 돕고 서로 의지하며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서 결혼한 것이다. 부부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 나에게 미안해할 일이 아니다.
나는 아내가 몸이 아파 움직이기 힘들다는 것을 안다. 몸이 괜찮을 때면 조금이라도 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마음처럼 되질 않아서 슬퍼한다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
처음부터 난 아내의 그런 상황을 알고 결혼했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고 슬퍼할 필요도, 애를 쓸 필요도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같이 행복하기 위해서 결혼을 했던 것이지, 나를 위해 뭔가 해주기를 바라서 결혼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알아주었으면 한다.
더 이상 그런 것으로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너와 같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난 행복하다.
사랑하는 자기야.
너에게 뭔가 해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내 행복이야.
누가 하면 어때? 그것은 사랑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그저 이렇게 서로 도우며 살아가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