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문소 가는 길 80분 2023년
“하륵아 , 공룡 발자국 보러 갈래?”
“싫어, 아빠 나이가 몇 살인데… 공룡이야?” 하륵이는 짜증을 섞어 대답했다.
“너 공룡 좋아했잖아. 2살 때부터 그랬어. 여기서 가까운 곳에 공룡 발자국이 있다는데…”
아빠는 4살 때 공룡발자국을 보러 우포늪까지 찾아 간 기억을 떠올리며 가벼운 여행을 제안했지만
중학생인 하륵에게는 이제 공룡은 먼 기억의 저편으로 가버린 듯했다.
“아빠, 정신 차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무슨 공룡 발자국들이 그렇게 많아?”.
“소행성 충돌이나 화산 폭발 할 때 공룡들이 다 여기 한반도 남쪽으로 피난 온 것 아날까?,”
아빠는 상상력을 발휘하며 대답했다. 여하튼 어렵게 하륵이와 천전리계곡을 찾아 출발했다.
“그럼 여기가 공룡의 무덤인 거야? 이건 그들의 마지막 발자국이고…” 선명하게 바위 위에 찍힌 것 같은 공룡발자국 화석을 보며 하륵이는 다시 4살의 아이로 돌아온 듯 물었다.
“백악기 공룡들의 처절한 흔적이야.”
아빠의 역마살 같은 것도 그 열망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8년 전 아빠는 검색을 잘못하여 공룡 발자국 화석 하나 없는 우포늪으로 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 우포 사지포마을 할머니들이 공룡 발자국을 시멘트로 만들어 주었던 시간이 떠올랐다.
“그 할머니들… 기억나?” 아빠가 물었다.
“안 나!” 하륵이는 미련 없이 대답했다.
우포늪에서 우리 아이들과 독수리에게 먹이 주는 걸 가르쳐준 이인식선생님의 기억마저 사라져 버린 걸까?
“저건 뭐야?” 하륵이는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7천 년 전의 극장이야.”
“뭐래? 아빠 망상 말고 진짜는 뭐야?” 하륵이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커다란 바위 앞으로 다가갔다.
"이건 이집트의 스핑크스 같아 "
"그래 7천 년 전의 그림이야 , 맨 왼쪽에 그려놓은 이유가 있겠지?
“저기 새의 머리, 인간 보이지? 그게 공룡이 사라지고 난 뒤 시작된 조류 인간의 등장을 그린 그림이야.”
“미쳤다…” 하륵이는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아빠는 항상 바위에서 뭔가를 찾아내려 해. 태백 구문소 연못벽면에서 아이의 얼굴을 발견했었잖아?”
“그래…”
아빠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태백 구문소 벽면의 그 스님 같기도 하고 아이 같기도 한 그 얼굴. 사람이 조각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빚은 그야말로 바람과 비, 빛의 선물 같은 그림이었지.” 아빠는 스스로 감동에 접은 듯 이야기했다.
“우연인 거지 뭐.” 하륵은 반박했다.
“우연? 우연이야말로 인간 세계에 개입하는 신의 움직임 같은 거야. 그건 자연이 만든 우연일 수 있지 ” 아빠는 깊은 의미를 담아 말했다.
바로 그 옆에 오래 살았던 마을사람들도 그 바위그림을 오랫동안 발견하지 못했었다. 왜일까? 사람들은 연못만 보거나 흐르는 물만 바라보거나 무엇을 새롭게 찾으려 하지 않으며 살았기 때문이었을까?
“아빠, 여기도 구문소 얼굴과 비슷한 얼굴이 있어.” 하륵이 신기한 듯 말했다.
“비슷해? 7천 년 전 세계를 다니며 창작 활동을 하던 그룹이 있었어. 그 예술가 그룹은 지금의 글로벌 미디어 그룹처럼 세계를 무대로 암각화 작업을 했을 거야. 국가나 민족의 경계가 지금과 같지 않아, 노마드의 범위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넓었을 거야.” 아빠는 설명을 이어갔다.
“정치권력들이 오히려 국가, 민족 같은 좁은 울타리를 만들어 가두어 버렸지. 지금 예술가들은 더 좁은 지역의 울타리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버리고 말았어. 7천 년 전 그들은 키르기스스탄, 시베리아, 몽골, 한국을 노마드하며 창작 활동을 해왔을 거야. 그리고 한반도 남단, 이 큰 바위에 동물들을 암각하며 그들의 영화를 기록했지. 물론 그 영화의 주인공은 동물과 무당뿐이었지만. 그 뒤 신라왕족들도 자신의 흔적을 덧보태기도 하고. 그게 바로 7천 년 전의 이 천전리 암각화야.”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가에 만들어 놓은 극장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고 이 길을 오고 가던 사람들은 이 암각화를 통해 드라마를 만났을 거야 .지금의 극장 같은 역활을 7천년전에 한 거지 . 7천 년 전의 극장인거지 그런데 극장을 넘어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 바위에 자신의 그림을 그려놓기도 했어.신라왕족도 평범한 일반 사람들도 결국 극장이 거리의 창작공간이 되기도 했어 (계속)
천전리 암각화는 고대 영화의 흔적이다
천전리 암각화는 한반도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암각화 중 하나로, 약 7천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동물과 인간의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이는 고대인들의 생활과 신앙,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이 암각화는 단순한 예술작품이 아니라, 고대인들의 삶의 방식, 자연과의 관계, 그리고 그들이 남긴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천전리 암각화의 동물들은 그들의 사냥과 생존을 위한 노력을 반영하며, 이로써 우리는 그들이 자연과 얼마나 깊은 연결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암각화는 예술이 어떻게 시간이 지나도 인간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에도 천전리 암각화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