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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마을영화제를 위하여

by 신지승

올해부터 해외 몇 개국과 끄트머리국제마을영화제가 교류하기로 했다.

토착로컬영화가 OTT문화, 유튜브 틱톡의 숏폼문화환경에서 더욱 필요한 대안문화로 위치해야 한다.

국가 단위의 영화교류시대를 지나 이제 글로벌적인 마을 단위의 교류, 남북간의 마을교류를 토종로컬영화, 마을영화를 통해서 가능하다.


마을영화, 남북통일을 위한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극단적인 정치구호와 대립의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남북관계에서 남북공동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남북 간 문화예술교류-문화공동체의 점진적 확대가 우선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고민이다.


남북이 함께하는 마을영화에서 몇 가지 가능성을 보고 있다. 첫째, 6,70대 노인들이 남북 문화예술 교류와 남북공동체의 주역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둘째, 6.25를 겪은 당사자들이 마을영화로 한데 어울려 지난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인한 상처를 스스로 씻어내는 예술적 씻김굿으로서의 가능성, 셋째, 마을영화를 구성하는 소재의 특징으로 남과 북 어디에서도 거부감 없이 상영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다. 상업 영화나 독립영화는 개별적으로 소비할 수는 있지만 공동적인참여의 여지와 명분이나 의미는 없다.


또한 북한에서 고인이 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2년을 목표로 각 도마다 영화제작소를 신설하고; ‘지방 인민들 누구나 영화를 만들고 배우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열어야 함을 강조했던 점에 주목한다. 이는 중국에서 5년 전에 장예모의 소수민족 뮤지컬 프로젝트도 연상시키지만, -그것은 평범한 생활인들과 전문예술가들의 공동적으로 협력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 것으로써 -세계예술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

(북한 유일의 국제영화제였던 평양국제영화축전(PIFF)도 2019년을 끝으로 열리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그러자 조선중앙 TV에는 ‘공훈배우’ ‘인민배우’ 호칭을 받은 배우들의 수십 년 전 작품이 재방송되기만 했다.


이런 북한에서 올해 들어 신인 배우들이 여럿 등장한 것은 문화정책에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남과 북의 대중영화는 서로 사심 없이 공개하기에는 아무래도 아직 한계가 많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본다. 오히려 잘난 게 아니라 엉성하고 모자란 예술이 앞서야 한다. 나 이렇게 잘 만들었어, 상대를 기죽이려 하지 말고. 잘난 것보다는 순박하고 순수한 거, 어설프지만 허술하지만 함께 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뛰어난 감독의 작품이 아니라, 뛰어나게 그들의 개성과 개성을 드러내주는 북한의 마을사람들 이야기일 거다. 그리고 남에서 만든 마을영화와 북쪽 마을에서 만든 마을영화를 함께 보면서 교류축제를 벌이는 것부터 상상을 해 볼 수는 없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마을영화, 어떻게 우리 사회의 가난한 이들, 무명의 연기자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농촌은 초고령화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잘 사는 마을과 못 사는 마을 간의 빈부격차도 커지고 있고, 체험마을 내에서도 소수의 사람들만 혜택을 받는 등- 마을 내의 주민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귀농 귀촌인구가 늘어나면서 귀농인과 원주민들의 문화와 정서, 경제력 차이로 인해 농촌공동체 정서도 이전과는 변화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농촌의 고령화에 따라 노동력이 상실된 고령노인들의 일자리 문제, 특정한 마을자원이 없는 농촌마을의 경제활성화 문제 등은 현재와 다가올 미래 농촌의 중요한 현안이다.




마을공동체가 함께 어울리고 즐기면서 예술창작을 통한 마을빈곤노인들의 소일거리창출, 마을단위의 소경제 활성화, 문화와 예술을 통한 공동체활성화와 도농교류뿐 아니라 무명 연기자와 일거리 문제 등을 해결해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우선 마을영화의 수익은 마을 주민들과 창작자가 공동으로 이익을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마을영화를 만든 마을에서는 독특한 마을극장을 만든다. 종이로든 나뭇가지로든. 중국의 한 예로 나뭇가지로 만든 도서관이 있다. 이 도서관이 한해 1만 명 이상이 찾아온다. 영화의 파급력은 그 이상을 가져올 수 있다.




마을영화, 우리 사회 공동체를 위한 불가피한 마중물이다. 왜냐하면 가장 판타지 하고, 가장 세대를 걸쳐 광범위하게 접근 가능하며, 고령, 어린이라도 손쉽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으며, 과정과 결과를 함께 할 수 있는 예술공동체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집단적인, 공동적인 문화예술적 역량이 증가되고, 확대되어야 한다.**


(2016 전국마을영화제 포럼 질의응답


신대수 춘천향토연구가


역사에 관심이 많아 춘천 역사를 연구하고, 관련된 일을 하는 춘천향토연구가이다. 본인이 신감독을 만난 것은 3-4년 전이다. 춘천에서 축제를 기획하면서 마을에 관심이 많을 때였는데, 신감독이 춘천에 와서 마을영화를 강의했다. 마을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여서 이후, 양평을 찾기도 했다.




신감독을 뵈니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왜 마을영화에 이렇게 매달리고 있을까? 소득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수원에서도 이번과 비슷한 토론회가 있어서 갔었다. 그때도 신감독 먹고사는 것이 해결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고민이 있었다. 마을이라는 말 자체가 주는 정감과는 별개로 이런 보물 같은 존재들이 생존의 어려움을 겪는 부분에 대해 질문하고 싶다.


질문.


신지승 감독의 마을영화는 5년, 10년 간 마을을 문화를 기록할 수 있는 아카이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예전에 기록으로 남은 선비들에 대해선 알 수 있지만, 서민의 삶은 기록에 남아있지 않다. 세월이 가면 마을영화는 그 기록적 측면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산업의식이 잠재적으로 배어있는 상황이다. 이런 우리가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산업적 측면과 마을공동체형성 사이에서 신지승 감독이 마을영화를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 마을연구가로서 답변해 달라.


답변 (정기석)


신지승 감독의 농촌 마을영화작업이 농사를 짓는 일과 맥락상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적으로 농업은 개인의 몫이 아니라고 본다.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독인 사람들은 농업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독인인들의 농업에 대한 가치의 비중은 우리와는 거의 대척점에 있다. 독일은 60년 전에 농사를 지어서는 먹고살 수 없다는 국가적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농부는 국가에서 먹여 살려야 된다고 보고, 정책적으로 독일 농부들에게 본인 소득 2천만 원에 정부 지원금 2천만 원을 준다. 다만 국제무역법상 문제를 피하기 위해 농촌문화경관보조금이란 명목으로 지급될 뿐이다. 따라서 2%에 불과한 농민이지만, 농촌은 전체의 70%에 육박하는 사람들의 생활공간이다. 독일 농촌은 사람이 산다.



마을영화도 같은 맥락이다. 이 일도 원칙적으로 따지면 정부나 국가 차원에서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 농사가 국민의 먹을거리를 짓는 성스러운 일인 만큼, 국가 기간산업 대우를 받아야 하고, 기간산업에서 일하는 농부는 공무원에 해당하는 기본소득을 보장해야 한다. 사회적이고, 생태적이며,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에 대해서 국가는 소득을 보전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질문 2


영화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런데 마을영화가 돈이 되려면, 휴먼다큐- 즉 워낭소리 나 님하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같은 방향으로 가야 되는 것인지, 아니면 계속 지금의 방식대로 마을 극영화로 가야 하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답변 2 (백용성)


..... 다인다색이 좋다고 본다.




신지승(마을영화감독)


두 분, 이야기 잘 들었다. 항상 염려와 격려 고맙다. 마을영화는 남북의 교류와 중국의 미학적 가치와 구별되는 한국적 토착장르로 발전시키고 싶다. 전국 마을 100여 개의 마을영화가 존재하는 나라는 없다. 충분히 한국적인 토착영화 장르로 발전시킬 충분한 토대가 형성되고 있다. 물론 마을 만들기가 우리보다 앞선 일본에서도 지역적 기록영상이나 다큐멘터리들은 많지만, 마을주민들의 삶터의 이야기를 담아 주민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거나 출연하는 극영화는 거의 없다.




지금 현재 전국에서는 마을영화라는 이름으로 마을 주민들이 직접 제작, 참여, 영상 및 공동제작, 직업적인 감독에 의한 다큐멘터리 등이 제작되고 있다.


비록 극영화는 아니지만 주민들이 직접 출연하여 마을미디어를 생산하고 있는- 인천 남구의 21개 마을이 만들어가는- 주안미디어축제, 임실 마을영화제, 수원 행궁동 마을영화제, 그리고 서울 마을미디어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마을라디오 및 방송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제 경우는 공동제작이면서 극영화라는 점에서 차별된다. 또한 나의 마을영화는 이제 바닥에 사는 민초들이 즐기면서 함께 먹고사는 콘텐츠라는 지향을 제시하면서 이번 전국마을영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양평에서 마을 단위로 마을영화를 찍은 곳이 5개 마을 정도 된다. 구둔마을, 오촌리, 연수리, 쌍학리, 산 삼리 마을이다. 군 단위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마을이 마을영화를 찍었다. 사실 현재로는 스타를 중심으로 하는 상업영화에 대한 편향이 큰 지역환경 탓인지 -독립예술영화도 그 존재가 없는- 양평에서 이번 영화제의 대중적인 기초는 어떤 면에선 허약하기만 하다. 다른 지자체들은 앞 다투어 청소년 영화제나 노인영화제 등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자 하는 경향에 비추어본다면 마을영화의 탄생지인 양평에서는 군 차원의 관심은 좀 아쉬운 측면이 크다.




한편, 마을영화는 문화예술을 즐기고 또 그 결과물인 콘텐츠의 의미와 가치도 크다


전국마을영화제는 이후 전국적으로 순회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대전, 태백, 철원 등지에서 민간 차원에서 전국마을영화제를 추진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그렇긴 하지만, 이 전국마을영화제를 적극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지자체와 결합하는 지역적 거점작업은 사실 나에겐 의미가 없다. 이 작업은 지역거점이 아니라 지역공유작업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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