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분노를 받다

2023년 8월 20일 인천 차북카페

by 신지승

2023년 끄트머리국제마을영화제의 첫 발걸음을 인천에서 떼기로 했다. 한 번도 얼굴도 보지 못하였지만 활발한 마을활동으로 명성만 알고 있었던 스페이스 빔 민운기 대표에게 면목없지만 다짜고짜 부탁을 했다.

"인천에서 시작하고 싶은데 상영관이 없습니다. 대표님 좀 도와주십시오."

민 대표는 며칠 뒤 "감독님, 차북카페 사용 승낙받았습니다. 편하게 쓰시면 될 것 같고요. 사전 필요 내용 있으면 저와 상의해 주시면 되고요. 여건이 되시면 미리 오셔서 현장 확인하셔도 되고요." 한 번도 대화를 나눈 적도 없는 관계인데도 무례할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기꺼이 배려해 준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고마웠다. 한 지역에서 한 감독의 작품 하나만 보는 방식으로 호주 감독 라데야의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기로 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는 사건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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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전화

"인천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미국 감독이 참여를 하겠다고 전해달라고 합니다"라는 뜬금없는 전화가 왔다.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미국 감독과 함께 미국에서 왔다는 젊은 통역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추측컨대 2-30대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미국 감독 K가 단순히 관객으로만 조용히 참여한다고 믿을 수 있을까요?"

긴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통역은 말했다. "저도 걱정이 되긴 합니다. 미국 감독은 지금 흥분된 상태인 것은 확실합니다. 저도 통역하면서 당혹스러운 건 사실입니다." 다행히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나와 약간 흥분한 미국 감독을 객관적으로 비교했는지 그는 나의 걱정과 두려움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사건의 발단

사건의 발단은 2년간 끄트머리국제마을영화제에 출품을 하고 초청을 원했지만 나름대로의 심사기준으로 초청대상에서 자신의 이름이 없자 미국에서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왔단다.

처음에는 그래도 멀리 미국에서 한국까지 찾아왔으니 공식 초청감독은 아니지만 손님으로 최대한 예의를 차리기로 했다. K의 작품이라도 함께 볼 수 있도록 배려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런데 미국 감독 K는 나의 호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나는 뭔가 의아해했고 통역과의 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우리 영화제가 자신이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가해 그를 초청대상에서 제외했다는 나로선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었다.

나는 수많은 출품작품 중에서 다시 그의 작품과 프로필을 살펴보았고 그때서야 그가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K의 작품을 다시 보았다. 내가 굳이 수백 편이 되는 작품이나 감독을 일일이 면밀하게 파악하면서 초청대상을 선정할 수가 없다. 우선 시간적으로 그게 가능하지 않다. 어쩌면 작품에 대한 심사도 자원봉사 심사위원이 나름 10명 이상이 되지만 영어자막으로 해야 하는 작품 심사는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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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트머리국제마을영화제 집행위원장 -생활인과 공동창작 ,탈상업적 상상력의 대중창작시대 돌로 영화만들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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