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그렇게 유명한 사람 아닙니다." 혹시 싶어 나는 먼저 그렇게 말했다.
"서감독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오랜 시간 동안 만들었는데. 첫 번째 것이 마음에 안 들어 이게 두 번째예요. 불이 나 주차장에서 긴 시간 트럭에서 가족들이랑 어떻게 살았을까? "
당연히 걱정하던 이유가 아니라서 내 마음속에는 벌써 눈물이 고였다. "정말 큰 영광입니다"
내 주위의 많은 친척도 불로 인한 가족의 주차장 유랑에 대해 위로의 말을 건넨 이 없었기에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언제 목사님 교회에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오지 마세요 언젠가는 예수님만 빼고 교회는 그만 둘 겁니다. 그냥 감동을 받아 어떤 목적 없이 칼질(판화)을 하게 된 겁니다"
시골의 작은 교회에서 7-9명의 할머니만으로 교회를 지키고 계셨다. 애써 신도수를 늘리려 하지도 않고
그냥 돌멩이처럼 존재하는 것 자체를 감사하며 기도하는 삶을 사셨다.
그래서 불쑥 무례한 질문을 던졌다 "목사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 시골 노인들 보면서 설교란 건 필요 없구나 모진 시간을 참 잘 견뎌내었구나.. 나는 그들에 비하면 참 약한 존재이구나 라는 걸 깨달아요 "
아 누구도 감히 할 수도 없고 상상 할 수도 없는 너무 묵직한 지혜와 긴 인내의 기도가 돌아왔다.
생전 보지도 않은 사람의 얼굴을 인터넷에서 찾아 밤새도록 손에 상처를 내면서 까지 내 얼굴 판화를 만들어 주고 싶었단다. 내가 보는 나와 다른 시선은 나로 인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보는 그 사람의 그릇이다.
내 얼굴이 판화가 되어 내 앞에 놓였을 때 얼마나 감동스러운가?
"혹시 다음에 이 판화를 만든 걸 후회하실까 걱정 됩니다"
" 당신 얼굴에 선함 가득하다 " 라 하신다. 목사님은 사실 시인이기도 했다.
꿈같은 하루를 선물 받아 감사했던 시간이었다.
사실 내 얼굴을 보고 싶었다. 거울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멋진 예술가를 만나면 얼굴을 그려달라고 하고 싶었다.
2005년 대구 두류공원에서 지적 장애자인 성민은 공원을 오고 가는 사람의 얼굴을 그려주었다. 난 거기에 영감을 받아 대구시민들과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를 만들었다. 극속에서 시민들은 성민의 눈으로 본 자신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아무도 자기 얼굴 그림을 가지고 가지 않는다. 어던 한 사람의 배려로 버려진 성민의 수많은 얼굴그림을 모아 숲 속의 전시회를 열어주는 이야기였다. 그 그림 속에 나도 있었다.
문래 창작촌 이포에서 이현정작가를 만났다. 나름 정중하게 찌그러진 내 차를 커버하기 위해 그림 하나를 그려주세요라고 부탁을 드렸다. 무얼 그릴까 고민하기에 내 얼굴을 그려달라고 했다. 그 얼굴은 또 달랐다.
나는 이미 너무 많은 얼굴을 가진 나이가 되어버렸다. 어떤 것이 나의 얼굴인지 모를 수많은 얼굴로 인해 괴로웠다. 어쩌면 그래서 내 얼굴을 만들려고 애써 노력하고 있는 건지 모른다.
작은 교회 큰 목사의 마음으로 만들어 가야 할 게 아직 너무 많다
얼굴을 주제로 작품을 하나 만들 때가 온다면 이 판화를 앞 세울 것 같다
(세상에 공개되길 원하지 않는 분이라 차마 사진과 존함을 공개하지 못함 )
이현정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