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해는 뜬다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말 것

by 농신

21살 군인이었을 때 이야기입니다. 일병쯤이었고 겨울이었습니다. 뉴스에는 몇십 년에 한파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런 날씨에 혹한기 훈련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제겐 악몽이었습니다. 그때 혹한기의 추위는 너무나 끔찍해서 다시 생각조차 하기 싫습니다.

그렇게 매서운 한파 속에 혹한기 훈련을 했습니다. 혹한기 훈련은 산속에서 잠복하여 경계를 서다가 적군이 나타나면 제압하는 훈련이었습니다. 훈련은 오후 9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 추위는 견딜 만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산속에 온도는 계속 떨어졌고 추위는 더 매서워졌습니다. 거기다 움직임 없이 가만히 서서 경계를 서기 때문에 몸의 온도가 더 빨리 떨어졌습니다.


저는 ‘하루쯤이야 견딜 만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추위에 별다른 대비를 하지 않고 훈련에 참가했습니다. 흔한 핫팩도 챙겨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산속의 추위는 도심 속의 추위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산속의 바람은 칼바람이었고 제 피부를 에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옆에 있던 동료가 핫팩을 줘서 그걸로 약간 몸을 녹일 수 있었지만, 핫팩으로 산속의 추위를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너무나 추웠습니다. 손끝, 발끝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너무나 추워서 비닐봉지로 발을 꽁꽁 싸매고, 핫팩으로 계속 손발을 문대고, 제자리에서 뛰면서 추위를 이겨 보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역부족이었습니다. 수통에 물은 얼고, 총기와 군복에 서리가 꼈습니다.


너무 추워서 뛰쳐나가고 싶었습니다. 그때 산 밑에 도로가 보였습니다. 거기에 택시가 지나다녔는데 그 택시를 타고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때 시계를 보았습니다. 이제 겨우 새벽 1시였습니다. 훈련의 종료는 새벽 7시였습니다. 정말 미칠 것 같았습니다. 미친 듯이 추운 날씨를 6시간이나 더 버텨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끔찍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꽁꽁 얼었는지 아주 느리게 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 ‘반드시 해는 뜬다.’라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오로지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그 생각만 수백 번 되네 이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하늘이 하얗게 바뀌더니 해가 서서히 뜨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살았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저는 그때 소중하게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내 인생도 참고 견디면 반드시 해는 뜨겠구나.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인내해야 합니다. 인내하고 인내하다 보면 분명히 해 뜰 날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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