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에는 파랑새가 산다

심장이 멈추던 날의 기억 4

by 여운


2021년 10월 말 갑작스러운 심장통증으로 관상동맥 우회수술을 받았습니다.
현재 건강히 회복 중에 있으며
이 글은 그 당시 기록과 그림, 기억을 더듬어 새롭게 쓰는 글입니다.






"파랑새 하나. 파랑새 하나"


병동에는 파랑새가 삽니다.

시도 때도 없이 파랑새는 찾아옵니다.


KakaoTalk_20220314_204921875.jpg 먹물과 수채로 그린 파랑새



응급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긴 그 밤

옆 침상의 환자는 환청과 환상에 밤새 시달렸습니다.

저 역시 오르내리는 혈압과 고열로 잠들지 못하는 고통 속에

옆 환자의 신음과 고통의 목소리는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불편과 짜증으로 밤새 뒤척이다 어느 순간

그의 평안과 쾌유를 진심으로 기도했습니다.


아픔과 고통 불편과 부당함을 호소하는 방법과

그의 입장에 서서 기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나는 사는 동안 아픈 자들 고통받는 자들의 입장을 진심으로 이해하려 하며

기도하려 했던가 후회가 밀려들었습니다.


아침이 되자 끝없이 흐르는 눈물과 함께

사는 동안 내가 저지른 일들을 기억해 내고

용서를 구하는 전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합리화와 방어기제의 높은 울타리 아래

꽁꽁 봉인해 두었던 자존심은

눈물과 함께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평화가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10월 24일 일요일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비교적 마음 편한 오후가 찾아왔습니다.

구미에서 사역하시는 강 목사님의 전화가 왔습니다.

문득, 가슴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에서부터 인지 왜인지 알 수 없는 눈물

고단한 삶이 녹아내립니다.

찌르면 눈물만 터질 듯한 오후

창밖의 느린 하오의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저녁 늦게 링거를 다 떠내고 일시적인 자유가 왔습니다.

작은딸이 엄마의 식사를 잔뜩 챙겨 왔습니다.

홀로 되돌아간 집에서 집안의 식물들을 챙겼다고

사진과 함께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고난은 성숙하게 만드는 가 봅니다. 어느새 작은딸은

든든하고 건강한 성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감사함으로 잠이 드는 밤입니다.


10월 25일 새벽

새벽에 혈압을 재고 온라인으로 새벽기도를 드렸습니다.

기드온의 300 용사

인간의 승리가 아닌 하나님의 승리 이야기입니다.

두려움이 없는 자. 하나님을 신뢰하는 자를 이야기합니다.

'두려움 없이 전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라'

새벽기도 말미에 환우를 위한 기도가 시작되었습니다.

감격과 감사의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10월 25일 오전

아침 공기가 제법 따뜻합니다. 햇살이 쏟아지는 늦가을

병원 옆 대학 캠퍼스가 내려다 보이는 전경 위로

낙엽이 천천히 내려앉습니다. 만추가 내려앉은 교정

긴박했던 가슴 통증이 멈추고 제게도 고요가 찾아왔습니다.


심장내과 담당의는 지난 시간들의 위급했던 상황과

향후 치료계획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관상동맥 3곳 중 중요부위는 협착되어 있고 나머지 두 군데 역시 거의 막힌 상태이며

'심경근색으로 언제든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위험한 상태였다는 점'과

지금은 응급처치로 긴급한 상태를 넘긴 상황이며 언제든 위급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지체 없이 시술이나 수술 등을 시행해야 된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스텐트 시술을 통해 협착된 관상동맥을 뚫고 다양한 보조장치의

삽입을 하는 관상동맥 중재술 등의 시술적 방법과

흉부를 절제하여 두 다리의 대정맥을 잘라내어 이식하여 관상동맥을

새롭게 구축하는 '관상동맥 우회술'과 같은 수술적 방법이 있음을

설명해 줍니다.

그리고 두 가지 방법이 갖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갑니다.


우선 스텐트 시술이 갖는 장점은 시술의 편의성이며 우려점은

현재 신장 기능이 현저히 나빠진 상태임으로 시술 후 신장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악화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극단적으로 투석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점과

시술을 통해 막힌 지 오래된 동맥을 뚫어내기 때문에 시술 자체가 실패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외과적 수술의 경우 흉부를 절제해야 한다는 위험성과 두려움. 양다리의 대정맥을 떼어내어 관상동맥을

새롭게 재건하고 그 사이 심장을 멈추어 놓고 별도의 혈액순환 장치를 사용하여 수술하는 5~6 시간 혹은 그 이상이 걸리는 대수술이라는 점등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시급한 결정을 요구합니다.

외과적 수술을 결정하면 향후 치료와 담당은 흉부외과로 넘어간다는 설명과 함께

오늘까지 결정을 요구합니다.


생명을 건 중요한 결정을 시급히 내리기엔

나와 아내는 너무나 무기력했고

너무나 정보가 모자랐고 용기가 없었습니다.

담당의는 냉정한 몇 가지의 정보만을 던져주고

모든 것을 환자에게 결정하라고 던져 줍니다.


"선생님, 어떤 방법이 나을까요. 선생님이 추천해 주는 방법이라면

그 방법대로 결정하겠습니다. "라고 몇 번을 물어보았지만

안경을 만지작 거리며 하얀 가운을 입은 무표정한 심장내과 담당 여의사는

"결정은 환자가 직접 하셔야 합니다. 저는 두 가지 방법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 외에는

어떤 한 방법을 추천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라는 차가운 답변밖에 돌아오는 것이 없었습니다.

담당의는 더 이상 환자의 마음을 만져주는 내 편이 아니었으며

자신의 책임을 피하려는 냉정한 직업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 맘처럼 의논할 곳이 필요했습니다.

이 힘든 결정을 대신 내려줄 사람을 찾아 헤매는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죽음의 고비를 넘기자마자

또다시 인간적 방법을 찾아 헤매는

악순환이 또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밤새 신음하던 옆 침상의 환자는 한 마리 파랑새가 되어

날아갔습니다.


극심한 조울이 찾아왔습니다.

두려움이 찾아왔습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

이사야 41장 10절



"파랑새 하나"는 병원 입원동에서 사망에 이르는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병원 스피커를 통해 울리는 멘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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