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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Feb 26. 2022

오크밸리의 작은 교회

영화 '안개속의 풍경' 그리고 '인사이드 르윈' 



원주 오크밸리 리조트에서 바라다 보이는 교회

아직도 새벽안개가 걷히지 않고 습기를 머금은 채

외로이 서있는 첨탑



 원주 오크밸리에서 보이는 교회



저 풍경을 바라다보다 문득 떠오른 영화

1988년 작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안개속의 풍경' 

아빠를 찾아 무작정 북쪽으로 길을 떠나는 남매, 

어린 소녀는 얻어 탄 트럭 안에서 강간을 당한다.

영화는 줄곧 안갯속을 부유한다.

우수에 찬 그리스의 현실이 안갯속에 지나간다.

눈 내리는 거리의 국기하강식에 멈춰 선 군중들의 장면은

지난날 우리의 풍경과 정확히 오버랩이 된다.

안개의 끝에 희망은 있는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 


영화 속 안개는 비참하다

안개 너머 실존하는 그 무엇을 향해 끝없이 다가 서지만,

끝없이 발아래 무언가가 우리를 넘어뜨린다

영화 속 안개 너머 실존하는 현실에는 결코 희망이 없다.

슬프거나 아프거나. 혹은 절망적이거나.






2013년 코엔 형제의 작품 '인사이드 르윈'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탈색된 색감의 영상은 

1960년대 그리고 르윈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 준다



뮤지션 르윈은 파트너의 죽음으로 혼자 노래를 한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영화는 결코 희망을 보여주지 않는다.

함께 듀엣으로 활동하던 동료의 죽음,

삶에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 그리고 감당키 어려워지는 날들.

안개처럼 어느 하나 풀리지 않는 주인공의 젖은 신발처럼

그러나, 담담히 흐르는 음악.

우울할 때 더 우울하게 해주는 영화

'인사이드 르윈'

안개 낀 수채화 같은 영화

영화 속 음악들을 듣는 것으로

행복 회로를 돌려야 한다.

그러나, 그럴 가치가 있는 영화.

뉴욕의 겨울에 홀로 선 르윈

안개는 걷힐 것 인가.


르윈의 젖은 구두처럼 영화는 내 가슴도 짓누른다





세상과 이른 작별을 고한 함중아의 '안갯속의 두 그림자'도

그 특이한 음색으로

"다정했던 그 추억에 미련을 두지 말고" 떠나가자 한다.

자욱한 안갯속에서



수채/오일파스텔/펜



지독한 안개는 어린 소녀의 강간 장면을 묻어 버리고 

국경을 넘으려는 그들에게 울리는 총소리 ( 안갯속의 풍경)


아스라한 안개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뮤지션의 젖은 신발까지 따라와

마지막까지 그에게 희망을 뺏어간다.(인사이드 르윈)


안갯속의 희망은 있는가?

새벽안개가 채 걷히지 않는 

저 교회의 종탑에는 희망이 걸려 있는가?


우리에게 소망은 있는가?




안개를 펴시어 당신을 감싸시고 산마루들을 포근히 덮으시는 분

                                                  -욥기 36:30 (공동번역)

그분에 기대어 나는  오늘도 소망을 그린다.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68027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2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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