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밤, 감사한 밤
2021년 10월 말 갑작스러운 심장통증으로 관상동맥 우회수술을 받았습니다.
현재 건강히 회복 중에 있으며
이 글은 그 당시 기록과 그림, 기억을 더듬어 새롭게 쓰는 글입니다.
10월 27일
온라인 새벽기도를 마치고
아침 일찍 아내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
출근을 준비합니다.
예상치 못한 입원으로 일상은 뒤죽박죽 되어 있었습니다.
오전에 흉부외과 담당과장과 의료팀이 찾아왔습니다.
관상동맥우회수술에 대한 깔끔한 설명과
수술일정 등에 관한 가이드
망설임 없이 담백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수술에 필요한 몇 가지 검사가 진행될 것임과 수술을 대비한
개인 준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심장내과 담당과장과는 확연히 다른 온도차가 느껴집니다.
의료진에 대한 신뢰와 확신이 찾아왔습니다.
며칠간 나는 내게 선택권이 주어졌다는 착각 속에 살았습니다.
주어진 상황 앞에 내가 가진 온갖 지식과 인간의 지혜에 기대어
선택과 결정을 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 처음부터 내게는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에덴 가운데 선악과를 두시고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내게 결정권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뜻 안에 겸손히 내려놓음을 바라시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가진 것이 없는 자에게 선택권은 없습니다.
선택이란 결과에 대해 내가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인간에게 하나님은 자유의지를 통해
우리 스스로 하나님을 더 깊이 이해하고 알아가기를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수술과 시술 사이에 처음부터 나는 선택권이 없었으며
이 모든 고난의 과정을 통해 온전히 주님의 뜻을 깨닫고 겸손해지는 과정으로
이 고난을 가장한 행복을 내게 선물하셨습니다.
너무 늦지 않게 깨닫게 하신 그분을 찬양합니다.
응급실을 거치면서 내 삶을 거칠게나마 회개하게 하시고
내 속에 묵은 교만을 내려놓게 하신 그분의 계획
회복의 시간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오후에 동생의 방문.
가까스로 눌러놓았던 감정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릅니다.
죄책감과 미안함이 어디에서부터 인지
언제부터 인지 모르게 섞여
겨우 진정시켜 놓은 심장이 다시 요동칩니다.
노모와 노부가 지하철을 타고 소식도 없이 찾아오시고
병원 로비에서 갑작스러운 만남을 가졌습니다.
원형의 가족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마치 명절날 아침의 고향집처럼 마음이 평안과 행복이 몰려옵니다.
병원을 찾은 모친은 흔들림 없이 담대하십니다.
늘 그랬듯이 그냥 버텨내는가 봅니다.
항상, 큰일이 생길 때마다 버텨내는 것은 노모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이 지나간 후 끝없는 몸살을 앓으셨습니다.
어릴 적에는 담대하구나 생각했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지금 생각해 보니 어쩌면 다른 해결할 방법이 없어
그냥 묵묵히 온몸으로 버티어 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도 그냥 아들의 아픔의 아픔을 그냥 견뎌 내십니다.
하지만 갸녀린 늙은 어깨가 잔잔히 요동치는 것을 나는 알 수가 있었습니다.
"다른 걱정은 마라" 아버님의 말씀..
감정이 울컥울컥 올라옵니다.
아내도 일과를 마치고 바쁘게 병원으로 돌아오고
둘째 딸도 씩씩하게 공연을 마치고
병원을 찾아왔습니다.
철들고 아르바이트를 놓지 않으면서 대학원까지 악기를 손에서 놓지 않은 그녀,
사회생활하느라 그렇지 않아도 정신없는데,
아빠가 쓰러지고 더욱더 성숙해졌습니다.
작은딸의 팔목에 붕대가 감겨 있습니다.
어제저녁 혼자 저녁을 준비하다 끓는 물에 팔목을 데었답니다.
화상으로 큰딸이 전화를 걸어옵니다.
가족의 완성.
모두를 만난 하루.
늦은 저녁 보호자 침대에서 불편히 돌아눕는
아내의 뒷모습이 애처롭습니다.
기쁨과 애잔함이 함께 흐르는
행복한 밤
병실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