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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Dec 30. 2019

삼대 숙원사업 3

드디어 미대생을 배출하다

 가정을 이루고 저에게도 두 딸이 생겼습니다. 

 언제 인지 모르겠으나 큰딸은 말도 똑똑히 하지 못하던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겠다고 선언했고, 학창 시절 내도록 그림을 전공하겠노라 했습니다. 


 내심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미술의 재능이 손녀에게 있으리라 굳게 믿었습니다. 그리고 소위 3대에 걸친 숙원사업, 드디어 화가가 집안에 나오리라 기대하며  큰딸의 성장을 지켜보았습니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을 했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나름 미술적 재능이 탁월하다고 생각하던 그에 앞에 갑자기 나타난 뛰어난 300명의 같은 과 학생들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했습니다. 기숙사와 자취방,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해가며 필수라는 휴학까지 경험해가며 졸업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관련된 업무를 하는 직장에서 9 To 6을 하며 살아내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덜컹이는 지하철과 원룸을 견디며 주말에는 밀린 잠을 자며, 오늘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속내는 잘 모르겠으나 그 직장이라는 곳에서도 어릴 때부터 그려왔던 삶과는 꽤나 거리가 있을 것이고 희망을 붙들고 살아 내기에는 팍팍한 현실이 언제나 발목을 잡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노년의 할아버지에게  화구를 선물하고 노년을 그림과 같이 보내시라 권합니다. 아빠에게도 글을 쓰라 권하며 이런저런 조언도 아끼지 않습니다.


 지금 와서 깨닫습니다.


3대 숙원사업은
 화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습니다. 



 가진 것이 없어도 예술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숙원사업이라면 어쩌면 우리 가족은 이미 숙원사업을 이루었는지 모릅니다. 물론, 힘듦은 어제나 내일도 같은 무게이겠지요

 

 예술의 결과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예술 자체로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3대에 걸쳐 이제야 조금 깨닫고 있는가 봅니다. 무엇을 이룬다거나 성공을 한다거나 하는 일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우리 식구가 가진 신앙도 똑같습니다.

 구원을 받는 결과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절대자를 아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우리 집의 삼대 숙원 사업은 알고 보면 언제까지 끝나지 않는 현재 진행형의 상태를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하루하루는 힘들지만, 그래도

삼대는  숙원사업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아참, 또 있습니다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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