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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Jan 03. 2020

삼대 숙원사업 - 외전 편

소리를 그리다

남들보다 늦게 악기를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언니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리라 자타가 공인을 했었고

그림이라고 당최 시원치 않았던 동생은 늘 그런 언니가 내심 부러웠을 것입니다.

물론,  피아노도 배우고 바이올린도 맛을 보고 성악도 잠시 배워 보았습니다. 우리 집은 왠지 예체능의 피가 확실히 흐르고 있단다는 확신도 있었겠지요.


중학교 때 해금을 만납니다.


작은딸, 한 번도 쉬운 적이 없었던 해금과의 인연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녀 역시 썩 여의치 않는 가정형편으로 변변히 선생님도 못 모시고 악기조차 수월하게 장만하지 못했지만, 이 악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인문계를 진학하고 남들은 이미 산조에 정악 막힘 없이 연주하는 시간을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세월을 힘들게 보냈습니다.

연습실에서 눈물과 절망으로 낮과 밤을 보내며 한 해를 단 두곡 입시곡과 함께 보냈습니다.


어렵사리 진학한 대학.

한 학기를 눈물로 보냈습니다. 너무 늦게 시작한 탓에 국악계에서는 이방인일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빠듯 빠듯 하루하루를 
국가 장학금과 함께 버텨 냈습니다.



그리고 그 외롭고 어두운 시간을 악기와 그녀의 하나님과 동행했을 것입니다. 대학만 가면 행복할 줄 알았고 졸업만 하면 행복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헛 된 것인지 알아가면서 악기와 친구가 되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대학원을 다니며 밤낮없이 일하며 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는



국악으로 빠져 버린

작은딸의 이야기입니다.


대책 없이 해금을 소개한 아빠는 늘 미안합니다.


그녀 역시 대책 없이

무엇이 될지 모르는 날들이지만

해금으로 행복하고

그 행복을 전하고 전해준 행복이 두배로

본인에게 돌아오는 행복한 상상만 하며

팍팍한 현실을  잘 살아 내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녀에게 다른 바람이 없습니다.

다만, 해금이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이며

그녀의 가장 세밀한 호흡도 들어주고 만져 줄 거라고

그 친구를 멀리 하고, 버려두고, 아프게 하지 말라는

그 부탁밖에 없습니다.



가장 큰 하나님과
작은 해금
그녀의 힘입니다.






화가의 꿈을 꾸던 할아버지와

그림을 그리다 예술 언저리에 평생을 서성이던 아버지

그리고 디자인을 전공하고

해금을 전공했지만

여전히 대책 없이 살아가는 어느 삼대 가족의

진행형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완성되기 위해

그들의 대책 없음에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영원한 우리 편

할머니와 어머니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치고 힘들 때면 언제나 찾아가도 안아주는

신앙이 있었습니다.


내일도 오늘과 우리의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을 우리는 압니다.

그래도 우리 삼대는

팍팍한 현실에 물을 길어 올리는 일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전의 것과 같지 않으리라.



날마다 점점 더 알아가는 삶

현재 진행행의 우리 가족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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