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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Dec 22. 2022

눈이 오던 날 2

카페에서


아침 커튼을 젖히자

몇 년 만에 눈다운 눈이 왔구나

눈길 핑계로 고령까지 가야 하는

아내의 기사를 자처해 본다.


오후까지 햇빛 소식이 없길래

밤 되면 얼어붙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웬걸

이곳에는 이미 눈이 다 녹았다


카페에 혼자 앉아

울라프랑 눈싸움도 하고

(노려보는 눈싸움)

헤드폰 까지 챙겨 와

Roy buchanam의 Messlah will come again을

듣는다.


옆자리 사람들이 보기에는

꽤나 재수 없었을 것 같다

온갖 폼 다 잡고 카페에 앉아

혼자 영화를 찍는다.

눈이 오니

이해해달라 속으로

소심하게 외친다.


카페 직원들도 한가 한지

몰려나와

눈사람을 만든다

눈사람 만드는 틀이 있나 보다

키티 눈사람이 복제되어 나온다


카페 직원들이 몰려나와 눈사람 찍는 틀로 키티 눈사람을 만든다



연탄 굴려 만들고 숯으로 눈썹을 만들던 눈사람이

세월이 바뀌니

이렇게 귀여운

울라프도 되고 키티도  되는구나

나중에 검색해 보니 이런 물건이 있다



흐뭇하게 눈사람 만드는 모습을 훔쳐보며

멀리 건너편 한참 공사가 진행 중인

주택단지를 그려본다.

깎여 나간 산등성이에는 축대를 쌓기에 바쁘다.

멀리서 보니 마치 산등성이에 주택단지를 억지로

끼워 넣는 것 같아 보인다.

자연을 불편하게 하면서

인간의 편리를 자연에게 강요하는 불편한 장면.





까마귀 떼 낮게 나는 걸 보니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는가 보다.

남은 채색은 집으로 돌아가서

끝내기로 마음먹는다.


어찌 됐든 눈이 와서 덩달아 들떴던

2022년 눈이 오던 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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