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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Jan 06. 2023

빈센트 반고흐, 끈 달린 낡은 구두 그리고 하이데거

초보의 반고흐 모작 그리기


빈센트 반고흐의 '끈 달린 낡은 구두'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 미술부에 놀러 가면

항상 누군가는 낡은 워커(군화)를 

그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둡고 칙칙한 미술실 중앙의 테이블에는

낡디 낡은 군용 워커와꽃병이 놓아져 있었습니다.

그때의 미술실의 냄새가 나는 것도 같고


빈센트 반고흐 / 끈 달린 구두 / 캔버스에 유채 1885




닳아 빠져나온 신발 도구의 안쪽 어두운 틈새로부터 

노동을 하는 발검음의 힘겨움이 굳어 있다. 

신발 도구의 옹골찬 무게 속에는, 

거친 바람이 부는 가운데 

한결같은 모양으로 계속해서 뻗어 있는 밭고랑 사이를 통과해 나아가는 

느릿느릿한 걸음걸이의 끈질김이 차곡차곡 채워져 있다. 

가죽 표면에는 땅의 축축함과 풍족함이 어려 있다.

해가 저물어감에 따라 들길의 정적감이 

신발 밑창 아래로 밟혀 들어간다. 

대지의 침묵하는 부름, 

무르익은 곡식을 대지가 조용히 선사함 

그리고 겨울들판의 황량한 휴경지에서의 대지의

설명할 수 없는 거절이 신발도구 속에서 울리고 있다. 


빵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데에 대한 불평 없는 근심, 

궁핍을 다시 넘어선 데에 말없는 기쁨, 

출산이 임박함에 따른 초조함 그리고 죽음의 위협 속에서의 전율이 

이러한 신발 도구를 통해 스며들어 있다. 

대지에 이러한 도구가 귀속해 있고 

농촌 아낙네의 세계 안에 이 도구가 보호되어 있다. 

<근원>, <예술철학> P. 573





빈센트 반고흐의 그림을 보고 

저렇게 상상력을 펼친 사람이 있습니다.

하이데거란 철학자입니다.


고흐의 저 작품은 작품 자체 보다

하이데거가 인용한 위의 내용

그리고 그 이후에 그가 설명한

"예술작품이란 존재의 진실로 도약하기 위한 스프링

또는 도약판" 이란 명제 때문에 더욱 더 유명한 작품입니다.


어렵습니다,,

존재 진실, 도약 ,,,


수채로 따라 그려봅니다.



오래간만에 나름 오랜 시간 씨름했습니다.

원본이 있다 보니

내 맘대로 그릴 수가 없었습니다.


더욱이

유화 작품을 수채로 그리겠다고

덤빈 자체가 

허튼짓임을 시간이 흐를수록 알았습니다.


하이데거의 존재의 진실 어쩌고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신발이라는 도구는 작품(예술)을 통해 비로소 진실, 진리(존재의 의미)를

드러낸다 뭐 이런 뜻인 것 같습니다.


낡은 신발은 그림을 통해서  고흐가 보는 진리를 보여준다

뭐,

 이렇게,,,,,,,,,,,,여하튼


존재 진실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림 공부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는

그리는 동안 다른 생각없이 집중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내 자신에게 정직했습니다.

진실한 시간이었습니다.


고흐의 낡은 구두를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그리는 내내 나는 자유로웠습니다."

고흐의 삶과 낡은구두의 삶

그리고 내 삶이 잠시나마 어우러지는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낡은구두의 낡은 삶과

나의 낡은삶이 하나되는 시간

자유로웠습니다. 그 이상

더 무엇이 필요할까요.

        

            

빈센트 반고흐의 '끈 달린 구두 모작'/ 카디페이퍼 황목 수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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