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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Jan 06. 2023

다뉴브강, 도나우강, 왈츠 그리고 신발

지난여름 유럽의 극심한 가뭄으로

다뉴브강의 수위가 최저로 떨어져

독일 군함 20여 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합니다.


저 아름다운 다뉴브강 아래에는

지난 세기 전쟁의 아픔이

고스란히 가라앉아 있었던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독일에서는 도나우로 부르고

헝가리에서는 영어명칭으로 다뉴브 그래서

이바노비치는 '다뉴브강의 잔물결'을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을 노래했습니다.


며칠 전 빈필신년음악회에서도

이곡이 연주되었었네요

"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이 곡은 오스트리아가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후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쾌활하고 역동적이며

웅장하게 작곡을 했다고 합니다.

2023년 신년 음악회에서 오스트리아의 빈필하모닉 이

이곡을 앵콜곡으로 올린 것은

참 시의적절하다고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2023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그리고 "라데츠키행진곡"

https://youtu.be/ncweHJ8fJKM



그러나 한국인의 입맛에는

이바노비치의 "다뉴브강의 잔물결"이란 곡이 착 붙습니다.

들어보면 낯익은 대목이 나옵니다.



이철옥의 연주  이바노비치의 " 다뉴브강의 잔물결"

https://youtu.be/ULw-NZaNeCc


이곡의 아코디언 버전입니다.

어쩌면 오케스트라 버전 보다 원곡의 맛을 살릴 것 같아 링크합니다.

우리가 아는 클래식 아코디언은 러시아와 중국 동구권에서는

굉장한 악기로 대접을 받습니다.

유수한 연주자 대학들이 즐비합니다.

" 백만 송이 장미"를 비롯한 많은 러시아 곡들이

들어보면 우리네 정서랑 많이 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윤심덕의 사의 찬미'

이곡은 윤심덕이 노래한 '광막한 광야를 달리는 인생아~'

그 곡이 맞습니다.


다뉴브강 도나우강은

같은 왈츠이지만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처럼  

쾌활하고 웅장한 곡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다뉴브강의 잔물결"처럼 슬프게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어제 고흐의 "낡은 구두"에 이어서

https://brunch.co.kr/@topgunkk/131


"다뉴브강의 구두"를 어설프게 그렸습니다.

글을 쓰며 다뉴브강을 검색하니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들의 사진이 펼쳐집니다.

그리던 그림을 밀쳐 놓고

사진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 2019년

다뉴브강에서는 유람선이 침몰하면서

한국인 관광객 25명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저 아름다운 강은

숱한 아픔이 도도히 흐르는 강이기도 합니다.




구두, 신발


사랑하는 연인에게 신발을 선물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이승을 하직하고 떠나는 이에게는

꽃신을 신겨 주었습니다.

영화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한 이들은

항상 가지런히 신발을 벗어놓고

강물로, 절벽아래로 몸을 던집니다.


며칠 전 고흐의 구두를 그려놓고

구두, 신발에 잔상에 갇혀 며칠을 보냈습니다.


다뉴브강가에는

구두 조형물이 있습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군들에 의해

다뉴브강가에서 학살당한 1만에서 2만여 명에 달하는

유태인들을 추모하는 조형물입니다.


다뉴브강의 구두를 그려 봅니다 / 수채



운전을 하고 다니다 보면

간혹, 도로 가운데 뒹구는 신발 한 짝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생각이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신발의 주인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신발, 구두는 삶을 상징합니다.

고흐의 낡은 구두는 낡은 한 사람의 삶을

다뉴브강에 녹슬고 있는 저 구두는

죽어간 유태인들의 삶을 상징합니다.


우리네 삶에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같은 날도 있고

다뉴브강의 잔물결이 치는 날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우리의 낡은 신발조차

가차 없이 벗겨 버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남은 낡은 신발을 움켜쥐고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고

울부짖기도 합니다.


우리가 주인 잃은 신발을 쥐고

슬픔에 잠긴 이웃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주인 잃은 신발 들 / 뉴스시 사진 인용

우리네 삶이 언제나

아름다운 도나우 강일 수도 없고

언제나 슬픔에 잠겨 강가에 벗어놓고 구두와 같이

나락으로 침 참하는 삶일 수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도나우든 다뉴브든 어차피

같은 강을 바라보는 우리 모두는

주인 잃은 구두를 보면

함께 공감하고 위로를 건네는 마음을

잊어버려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것이 참된 공동체 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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