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장막에서 하룻밤

주의 집에 사는 자들은 복이 있나니

by 여운
2021년 10월 말 갑작스러운 심장통증으로 관상동맥 우회수술을 받았습니다.
현재 건강히 회복 중에 있으며
이 글은 그 당시 기록과 그림, 기억을 더듬어 새롭게 쓰는 글입니다.




일반병실로 내려왔습니다.

수술 전, 심장내과 병동에서 생활하다가

수술을 마치고 흉부외과 병동으로 입실했습니다.

병동 입구에 나를 기다리며 미소 짓는 아내가 보입니다.

며칠 사이 수척해 보입니다.

말없이 손을 잡았습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보입니다.


수술을 마친 후 의식을 되찾고

병실로 내려온 바로 그날이

55번째 생일날이었습니다.

2021년 11월 5일 이날은

새 삶을 얻은 새로운 생일이 되었습니다.


침을 삼킬 때마다 산소호흡기를 꽂았던 목부위가 아픕니다.

이때까지 몰랐는데 목에도 몇 가지의 고무호스와 비닐봉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소변줄도 소변봉지도 느껴집니다.

정신 차려 천천히 살펴보니

정맥을 뽑아낸 양다리에는 두껍고 긴 양말이 신겨져 있습니다.

갈비뼈를 개흉 한 곳과 허벅지 안쪽에는

하얀 거즈와 반창고가 엄청나게 두텁게 처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개흉 한 곳과 다리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침상 머리맡에서

내가 잠든 며칠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수술실 밖에서

온종일 초초함으로 기다리다

저녁이 되어서야 중환자실로 옮겨진

의식 없는 남편을 잠시 보고

하루 이틀 후에나 깨어날 것이라 안내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 딸과 오랜만에 하룻밤을 보냈다 합니다.




주의 장막에서 하룻밤

11월 5일 저녁


병실에 내려온 첫날밤

내 침상을 주의 장막이 덮었습니다.

둥근 돔 천장이 낮게 내려앉았습니다.

잘 직조된 황금빛의 장막은

황금빛으로 장막 안을 가득 채우고

그곳은 안전하고 안전하며

포근하고 포근했습니다.


주의 장막 안

그 안에 아내와 내가 있었습니다.

그가 함께 계셨습니다.


시간이 더 이상 흐르지 않기를

빌었습니다.

주의 장막이 어찌 그리
사랑스러운 지요. 주의 영광이
하늘을 덮었나이다
시편 81편 1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느낌입니다.

주 날개밑 안전하고 포근하고 따스한 그곳

아무런 근심도 걱정도 없이 밤이 지나갑니다.

주의 장막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집도해 주셨던 담당의사는

건강히 회복 중이라 말씀해 주셨고

매일매일 회진 때마다

목에 삽입된 기구들을 빼주고

피주머니를 빼고

소변줄을 빼주었습니다.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회복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감사밖에 드릴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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