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님을 보내고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아마 대여섯 살 때였겠지요
명절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고모님이 와 계셨습니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단술을 내놓으라 떼를 썼습니다.
감주(甘酒), 또는 식혜(食醯)라 불리지만
경상도에서는 단술이라 불립니다.
얼마나 떼를 썼으면 온 식구들이 달래고 얼러도
도통 말을 듣지 않았나 봅니다.
지금이야 시장만 가도 구할 수 있고
그 조차 힘들면 슈퍼에만 가도 인스턴트 식혜를 구할 수 있을 텐데
그 당시에야 시간이 개입하지 않으면
단술은 꿈도 못 꾸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난리 통에 고모님이 홀연히 나타나
다들 물리 치시고 찬밥 한 술 떠오시더니
찬물에 풀어놓고 설탕 한 숟가락 휘휘 저어
"엤다 단술이다. 고집은 누굴 닮았누"
아마 설탕도 귀하던 시절인지라
맛있게 먹고 더 이상 떼를 쓰지 않았습니다.
구순이 넘어서도 정신 꼿꼿이
정갈하게 사시던
고모님이 소천(召天) 하셨습니다.
딸만 넷을 낳는 바람에 평생을 죄인처럼 사셨지만
그 딸들 아래 북적북적한 손주들의 운구를 받으며
증손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가셨습니다.
한 교회를 70년 가까이 권사로 섬기시며
신앙인의 모범을 유산으로 남기셨습니다.
이제 고모님의 기억을 쫓아
후손들을 또 따라 배울테지요.
"고모님 단술 맛나게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