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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불재

by 여운


큰아이가 합가 하면서

본의 아니게 생 후 6개월 고양이 똥집사가 되었습니다.


며칠 전 이놈이 몇 번에 걸쳐 "토"를 했습니다.

웬일인가 하고 온 식구들이 걱정하고 전전긍긍했는데

알고 보니 커다란 "오리고기 간식" 대형 한팩을 절도하여

제집에 몰래 넣고 밤새 다 먹었던 모양입니다.

동물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알약처방받고

3일 금식을 명령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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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홀로 외로이 캣타워에 힘없이 누워있는

고양이를 보고

딸이 한마디 합니다.

"그게 바로 "스불재"란다. 고양아......"


스스로 불러일으킨 재앙 '스불재'의 뜻이랍니다.

새로운 조어 하나 덕분에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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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우리 인생에도 스불재가 꽤나 있는 것 같습니다.

자승자박, 자업자득

어떤 종교는 이것을 업보라고도 합니다.


기독교적 세계관도 어쩌면

"스불재"인 것 같습니다.


인류의 원죄 사건도

뱀에 유혹에 넘어갔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아담의 "스불재"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독교의 "스불재"는 끝까지 대속해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끝까지 참아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고양이의 스불재를 보며

나의 스불재를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스불재"의 원인도 찬찬히 생각해 보면

탐욕 그리고 교만.

이 그 또한 내 원죄.

내 힘으로 돌이켜지지 않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위로와 회복을 간구하는 수밖에요


남은 생에 나마

"스불재" 없는 날들이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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