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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May 19. 2023

스불재


큰아이가 합가 하면서 

본의 아니게 생 후 6개월 고양이 똥집사가 되었습니다.


며칠 전 이놈이 몇 번에 걸쳐 "토"를 했습니다.

웬일인가 하고 온 식구들이 걱정하고 전전긍긍했는데

알고 보니 커다란 "오리고기 간식" 대형  한팩을 절도하여

제집에 몰래 넣고 밤새 다 먹었던 모양입니다.

동물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알약처방받고

3일 금식을 명령받았습니다.





그리고 홀로 외로이 캣타워에 힘없이 누워있는 

고양이를 보고

딸이 한마디 합니다.

"그게 바로 "스불재"란다.  고양아......"


스스로 불러일으킨 재앙 '스불재'의 뜻이랍니다.

새로운 조어 하나 덕분에 배웠습니다.




돌아보니

우리 인생에도 스불재가 꽤나 있는 것 같습니다.

자승자박, 자업자득

어떤 종교는 이것을 업보라고도 합니다.


기독교적 세계관도 어쩌면

"스불재"인 것 같습니다.


인류의 원죄 사건도

뱀에 유혹에 넘어갔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아담의 "스불재"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독교의 "스불재"는 끝까지 대속해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끝까지 참아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고양이의 스불재를 보며

나의 스불재를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스불재"의 원인도 찬찬히 생각해 보면

탐욕 그리고 교만. 

이 그 또한 내 원죄.

내 힘으로 돌이켜지지 않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위로와 회복을 간구하는 수밖에요


남은 생에 나마

"스불재" 없는 날들이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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