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
광복절입니다.
태풍과 잼버리를 지나
묻지마칼부림을 넘어
광복절입니다.
세월이 흘러 이제 듣기 힘들어진 단어 중
'화병'이란 게 있습니다.
아마도 저항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암울한 현실 앞에
감당할 수 없는 상처들은 아물 사이 없이
다시 덧나도
아파도 아프다 조차 이야기 하지 못한 시절
우리네 인생들을 상징하는 단어입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반공과
독재, 그리고 가부장적 시대에
항변조차 하지 못하며
억울함과 치욕에 부대끼며
살아온 답답함이
모이고 모여 생긴 병
화병
아마 요즘말로 하면
트라우마,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이
세월 속에서 치유받지 못하고 회복하지 못해
생긴 병일 것입니다.
세대가 바뀌고 경제력이 달라지고
가부장적 가족 구성이 달라지면서
이 시대에 화병이 사라졌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광복절을 맞으며
다시 내게 화병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후쿠시마오염수, 위안부와 징용자에 대한 배상
다시금 나부끼는 일제의 깃발, 신친일파의 득세
사과도 배상도 없는 그들을 감싸며
모든 것을 잊어버리자 하는 정부.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는
답답함이 밀려오는 광복절입니다.
답답함
억울함도 속상함도 분노도 아닌
답답함
오늘의 제 마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