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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Oct 10. 2023

심야출동! 당근맨

공유의 시대, 인간혁명의 시대를 위하여



휴대폰은 가족의 일상마저 바꾸어 놓았습니다.

가족끼리도 방으로 들어가고 나면

카톡으로 의사소통을 하곤 합니다.

잠시 문 열고 나오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목소리로 불러도 가능할 텐데 문자로 소통하곤 합니다.


잠자리에 누워 뒤척이던 밤 1시에 카톡이 울립니다.

딸입니다.

"아빠, 아빠  출동 출동 ~"

"왜?"

"아빠 아빠 빨리 출동 나오세요"

거실에서 만났습니다.

"아빠 당근 하러 가야 돼 같이 좀 가줘"

"알았어 근데 뭔데 이 시각에 이렇게 나가야 돼?

"응 잠시만 준비할 게 있어"

딸은 주섬주섬 작은 가방에 무언가를 챙깁니다.

그리고는 또다시 재촉합니다.


'아마도 꽤 괞찮은 물건이 이 밤에 나왔나 보다'

'하지만, 이 밤중에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별의별 생각을 다하며 주섬주섬 옷을 입습니다.

아무리 다 큰 딸이라 하지만 이 시간에 혼자 내 보내는 것보다

같이 가는 게 맞는 것도 같습니다.


차에 올라타고 묻습니다.

"도대체 무슨 거래인데?"

딸이 깔깔 웃습니다.

"다 왔어 가보면 알아"


침대에 누워 뒤척이던 딸이 당근마켓에 올라온 글을 보았습니다.

'집에 벌레가 나왔어요, 좀 잡아 주세요, 무서워 죽겠어요'

새벽 한 시에 부녀는 살충제와 마스크 물휴지로 무장한 채

처음 보는 사람의 방을 구석구석 누비며 벌레를 잡았습니다.


심야출동 !

당근맨은 이웃집 벌레를 잡으러

출동했습니다.


미션 클리어!!!




번개장터와 차별점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당근앱을 열어 보면 중고물품 거래 카테고리 외에도

동네이야기를 다룹니다.

소소한 일상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강변을 산책할 친구를 찾기도 합니다.


당근마켓은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지역공유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심야에 벌레를 잡아주는 일, 강변을 같이 산책할 친구를 구하는 일

혹은 원하는 그림을 무료로 그려주겠다고 글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당근마켓은 상품과 재화를 판매 하는 플렛폼이지만

지역기반의 이 플렛폼은

사실은 마음과 마음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 불려지는 기술혁명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초지능 초연결 융복합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사회적 합의가

기존의 독점을 딛고 공유의 가치로 바뀌어야 하며

성장과 생산의 믿음을 딛고 재생의 가치로 바뀌어야 하는 일입니다.

이는 기술혁명을 넘어 인간혁명이며

우리 사회 전체의 담론이

공동체의 분해에서 공동체의 복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근이 지역을 기반으로 플렛품을 형성하는

이유입니다.


밤 1시에 아무런 경제적 가치도 없지만

아빠와 딸은 기쁜 마음으로 혼자 사는 이웃의

소소하지만 심각한 문제를 같이 해결해 나가는 것,

이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미래 사회

공동체가 회복되는 사회 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당근을 좋아합니다.


오늘 밤에도 어쩌면 우리 부녀는

우리에게는 소소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심각한 고민을

같이 해결하고, 기쁨을 함께 맛보고자

출동준비를 합니다.

심야출동! 당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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