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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Oct 01. 2023

ㅂ 탈락이 가져다주는 여유, 그리고 부드러움

시월이 온다



시월이라는 단어는 참 정겹습니다.

십월이 아닌 시월

'ㅂ받침의 탈락'이 가져다주는 여유 그리고 부드러움

ㅂ은 받침, 종성이 될 때는 ㅁ과 비슷하지만 더욱 세게  입술을 떼지 않고 발음합니다.

ㅂ 받침이 사라지니 발음이 부드럽게 연결됩니다. 호흡도 길어집니다

'시이워어얼~'


시월은 그런 달입니다.

여름과 겨울 사이 부드럽게 연결되는 변곡의 계절

햇빛의 색깔이 달라지고 산들은 이미 어깨 움츠리고

햇살아래 잎사귀들은 이미 붉음을 품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의 뇌리에 아직도 선명히 박혀있는

'시월유신' 어느 독재자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는 달이기도 합니다.

1949년 대구에서는 '시월항쟁'이 일어났던 달이기도 합니다.

또한, 1979년 시월은 광주항쟁의 불씨가 된 부마항쟁이 일어난 달이기도 합니다.

변곡의 달, 항쟁의 달.


ㅂ탈락이 왜 일어났는지 생각해 봅니다.

십진수의 마지막 숫자 십은 마무리를 짓는 숫자입니다.

센 발음으로 입을 오므려 닫아야 되는 발음 그래야  십진수 '십'의 의미, 마무리가 되는 발음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십월'이라 발음하면 십일월 십이월이 남아있음을 느끼지 못하고 십월이 되면 그걸로 마무리가 되는 느낌일 것 같습니다.

시월 다음 달도 이어진다는 신뢰와 믿음을 위해

소중한 ㅂ을 탈락 시킨 지도 모르겠습니다.

ㅂ을 탈락 시키고 부드러움과 여유를 얻었습니다.


십월항쟁이 아니라 시월항쟁이어야 미완의 항쟁이

결코 실패하고 끝난 항쟁이 아니라는 여지를 주는 것도 같습니다

미완의 항쟁 미완의 단풍 그러나, 이미 그 속에 보드라운  단풍을 담고 있습니다.

이미 붉음이 충만합니다.


시월이 왔습니다.

'시이워어얼~' 호흡도 길게 한번 읊조려 봅니다.

내 소중한 무엇을 탈락시켜야 얻는 여유 기인 호흡

시월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든 부드러움, 여유인지 모르겠습니다.


기꺼이 탈락한 ㅂ 에게 감사하며 얻은 여유와 부드러움을 만끽하며

오는 시월을 맞이해야겠습니다.


깊어만 갈 가을을 기대하며

시월을 맞이하겠습니다.

'시월항쟁''부마항쟁'의 희생을 기억하며

우리도 깊어져 가야겠습니다.

이 아름다운 시이워얼에.


추석아침 울진후포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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