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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Oct 16. 2023

빈 그물을 씻으며

내 마음을 두드리는 

이 글은 지난 10월 14일

성서유니온선교회 김동휘목사님과 함께 진행한

묵상 훈련과정에서 첫 시간 처음 묵상한 말씀

그리고 훈련 과정 등을 함께 적은 글입니다.

좋은 코칭으로 은혜가 넘치는 묵상의 세계로 인도해 주신 목사님께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본문말씀    

1   무리가 몰려와서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새 예수는 게네사렛 호숫가에 서서

2   호숫가에 배 두 척이 있는 것을 보시니 어부들은 배에서 나와서 그물을 씻는지라

3   예수께서 한 배에 오르시니 그 배는 시몬의 배라 육지에서 조금 떼기를 청하시고 앉으사 배에서 무리를 가르치시더니

4   말씀을 마치시고 시몬에게 이르시되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5   시몬이 대답하여 이르되 선생님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하고

6   그렇게 하니 고기를 잡은 것이 심히 많아 그물이 찢어지는지라

7   이에 다른 배에 있는 동무들에게 손짓하여 와서 도와 달라 하니 그들이 와서 두 배에 채우매 잠기게 되었더라

8   시몬 베드로가 이를 보고 예수의 무릎 아래에 엎드려 이르되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니

9   이는 자기 및 자기와 함께 있는 모든 사람이 고기 잡힌 것으로 말미암아 놀라고

10   세베대의 아들로서 시몬의 동업자인 야고보와 요한도 놀랐음이라 예수께서 시몬에게 이르시되 무서워하지 말라 이제 후로는 네가 사람을 1) 취하리라 하시니

11   그들이 배들을 육지에 대고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를 따르니라

                                                                                               누가복음 5 : 1 ~11





내 마음을 두드리는 본문 말씀


묵상훈련을 통해 목사님은 본문을 반복하여 읽기를 권하시며

본문 중에 마음을 두드리는 문장, 단어를 찾으라 하십니다.


너무나 잘 아는 본문 말씀

밤새 고기를 잡았으나 빈그물, 빈배로 돌아온

베드로와 동료들에게 말씀을 전하시며

다시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 하시고

말씀대로 따랐더니 그물이 찢길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았고

이에,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예수님을 따라나선 사건입니다.


소리 내어 읽기도 전 벌써 한 문장에 선명히 들어옵니다

마치 그 부분만 굴씨가 커진 것처럼 소리 내어 읽자 내 눈에 와서 박힙니다.

“그물을 씻는지라”

왜 인지 모르겠으나 이 문장만 눈에 들어옵니다.


두 번째 읽어내려 가자 또 다른 문장이 눈에 또다시 들어옵니다.

“ 조금 떼기를 청하시고 “

베드로와 예수가 탄 배를 육지로부터 조금 멀어지게 하자고 예수님이

청하시는 부분입니다.


사실 이 본문을 수 없이 읽었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전체적인 스토리를 신경 써서 읽거나

내게 교훈되는 상징성, 의미가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일에 집중했었습니다.

아마도 오늘도 목사님의 구체적이 티칭이 없었다면

저 두 문장은 아예 읽히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 그물을 씻는 장면

세 번째 읽을 때 비로소 그물을 씻는지라 앞에 생략된 한 글씨가 보입니다.

빈......

그들은 씻는 그물은 밤새 한 마리도 낚아 올리지 못한

물고기 한 마리 채워 보지 못한 바로 그 빈 그물입니다.

밤새  한 마리도 낚지 못한 허탈감과, 공허함, 그 위로 밤새 켜켜이 쌓인

피곤과 힘듦 속에서 그 빈 그물을 씻고 있는 장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장면 중에 하나 일 것 같습니다.

베드로의 외로움, 베드로의 슬픔.


빈그물을 씻고 있는 피곤에 찌든 남자들의 뒷모습이

떠오르는 태양을 배경으로

천천히 슬로비디오처럼 지나갑니다.


슬프고 슬픈......

내가 왜 이 문장에 눈길과 마음이 머물렀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밤새 고기를 낚았으나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마음 같아서는 그물을 던져 버리고 싶지만

그도 저도 못하고 다시 그물을 씻는 사람들

바로 그 사람이 나였습니다.


#  친절한 예수님, 청하시는 예수님

어서 빨리 그물을 수습하고 집으로 돌아가 쉬고만 싶은 그들에게

예수님이 다가오셨습니다.  

배를 돌려 다시 강으로 가자 하십니다.

예수님은 명령하지 않으셨습니다. 부드럽게 청하십니다.


만선에서 돌아와 그물을 씻는 자리라면

예수님이 찾아오셨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떤 상황에도 아마 예수님은 찾아오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만선의 기쁨을 누리는 자들에게는 

예수님이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눈앞에 몇 마리의 고기 때문에 나는 

예수님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예수님은 항상 우리에게 시선을 떼시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부드럽게 청하십니다.

단지, 내가 듣지 못했을 뿐입니다. 내가 보지 못할 뿐입니다.


청하다 [請--] 국어

뜻 ; 해 달라고 부탁하다 


예수님은 강권도 명령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청하셨습니다. 


# 베드로의 순종, 조금 떼는 일, 하지만 어려운 일

피곤과 슬픔에 찌든 배드로에게 두 갈래의 길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청을 거절하거나 피곤하지만 청을 들어주거나.

하지만, 청을 들어주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을 것입니다.

빈 배을 이미 정박시키고 빈그물을 씻고 있는 상황에

육지에서 배를 떼고 강으로 조금 들어가자 하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쉬운 부탁은 아닙니다.

베드로의 순종이 보입니다.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예수님 다시 배를 강으로 돌리기는 너무 힘듭니다.

그냥 여기서 하실 말씀이 있으면 우리에게 하시면 안 될까요?"


부드럽지만 어려운 부탁

육지로부터 배를 떼어놓는 일입니다.



하나님, 나는 밤새 고기를 낚았지만 한 마리도 낚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힘든 것은 그런 밤을 지나서 

희망 없는 내일을 위해 슬픔을 벗 삼아

또다시 그물을 씻어야 합니다.

주님, 인생의 슬픈 아침, 날마다 내게 찾아오셔서 부드럽게 청하시는 주님을 발견하게 하시고

그것보다 어려운 육지에서 조금 멀어지라는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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