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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자면 당신은 "학~씨"에 가깝다고요

폭싹 속았수다 를 보고 흘리는 눈물

by 여운


아내랑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이런저런 농담을 나누다

"당신 남편은 박보검이니까 ~"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되돌아오는 대답

" 엄밀히 말하자면 당신은 학~씨에 가깝다고요~"


감자기 뒤통수에 싸하니 찬바람이 불어온다

부정이 되지 않는다.


금명이가 살았던 시절과 비슷한 시절을 살아온 우리 부부

금명이는 극 중에서 1968년생, 아내는 1967년생이다.

비슷한 시기 대학을 갔고 IMF를 겪었고 결혼을 헸다.


기억을 더듬으면 내 유년에는

수많은 부상길을 보았던 것 같다,

"마누라와 명태는 사흘 걸러 때려야 맛있다"라는 말을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쓰던 시절


유년의 기억에 어디에도 양관식은 없다.

처가와 뒷간은 멀어야 된다는 격언이 쓰이던 시절


돌아보면 나는 정말 학씨 부상길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장성한 자녀들과 드라마를 보며

"나는 언제 한번 양관식처럼 은명이를 몰래 데리고

짜장면을 먹여주며 그의 아픔을 달래준 적인 있었던가"

"금명이 처럼 내 부모에게 아픔을 준 것들을 기억하며

아파했던 적이 있었던가?"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내 눈에 눈물이 흐르는 것은

어쩌면 후회, 회한

내 무지에 대한 아쉬움인지 모르겠다.


생각 없이 쏟은 말들이 화살이 되어

가족들의 등을 겨누고 후벼 팠던 날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내가 무심코 밟은 꽃들이 흘린 눈물은

얼마나 많았을까


불안과 혼돈의 정국

뉴스조차 보기 힘든 벚꽃 휘날리는 봄날

내 안에 부상길을 본다.

부상길도 나를 본다,


하,,~ 씨

벚꽃 등뒤로 지는구나.




IMG_7917 2.jpg 폭싹 속았수다 극중 부상길 혹은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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