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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이란 무엇인가? : 뼈아픈 질문 앞에서

김세윤교수의 책을 다시 읽으며

by 여운
김세윤 교수의 『복음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꺼내 들며,
나는 복음을 누리며 사는가 다시 질문한다
이 글은 그 묵상의 기록이다



복음이란 무엇인가

— 김세윤 교수 『복음이란 무엇인가』 (두란노서원)를 읽고


지인이 선물해준 얇은 책 한 권.
두어 장 읽다가 덮어두었었다.
“복음이란 무엇인가?”
기본 중의 기본, 기초 중의 기초를 묻는 질문이 오히려 더 두렵다.

복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즉답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는 일은
뼈 아픈 일이기 때문이다.

묵혀 두었던 그 책을 꺼내어 다시 읽기 시작한다.
곧 마주할 각성과 고통의 시간을 두려워하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선포하는 것은 정말 절실한 일이다.
그러나 복음을 바르게 알지 못한 채 전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복음의 본래 목적에 역행하게 된다.
억압과 분열, 갈등을 부추기는 반(反)복음이 될 수도 있다.

이 경고는 오늘의 한국 사회,
그리고 교회의 정치적 갈등과 혐오, 불의가 만연한 현실을 보며 더욱 절실히 다가온다.
복음을 올바르게 깨닫지 못하고, 바르게 전하지 못한
한국 교회와 우리 모두에게 뼈아픈 자성을 요구한다.

그리스도의 해방의 복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암몬의 자손처럼 기복의 하나님을 섬기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뼈아픈 질문이 가슴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온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웠다고 선포하셨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예수님의 복음은 하나님의 나라가 곧 임할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바울과 제자들이 전한 복음은
예수님이 우리 죄를 대속하고 죽으시고, 다시 살아나셨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겉으로는 예수님의 복음과 제자들의 복음이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가 시작되었음을 선포하셨고,
제자들은 그 나라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로 이루어졌음을 증언했다.
하나의 복음이 서로 다른 순간에 전해진 것일 뿐이다.


예수님의 복음은 구원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었고,
제자들의 복음은 그 구원이 완성되었음을 전하는 증언이었다.
결국, 이 둘은 다름이 아니라 하나이며 연속적인 복음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복음은 단지 과거의 기쁨만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창조의 질서를 따라 우리를 지으셨지만,
죄로 인해 하나님을 떠난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해방시키시고 자녀 되게 하셨으며,
하나님의 나라 백성으로 삼으시고 지금 이 땅에서도 복음 안에서 살아가게 하셨다.

그리고 그 복음은
영원한 생명과 구원의 약속까지 담고 있다.
과거의 기쁨, 지금의 기쁨, 그리고 다가올 영원한 기쁨
그 모두가 복음이다.


뼈아픈 각성과 아픔, 회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과거에도, 지금도, 영원까지 이어진 기쁨의 삶.
지금도 누리는 천국의 삶을 깨닫지 못하고,
세상을 향해 복음을 선포하지 못하며,
하나님의 해방의 복음이 이루어지도록 주신 은혜로
살아가지 못함을 깨닫는다.


복음은 현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며,
내세의 약속만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복음은 지금 이 자리에서 역사하는 하나님의 능력이며,
우리 안에서 시작된 하나님의 나라를 누리게 하는 기쁨이다.
그리고 반드시 도래할 완전한 하나님의 나라를 향한 소망이기도 하다.

내세만을 기약하며 고통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도,
현세의 천국만을 좇고 영원한 약속을 잊는 것도,
모두 복음을 온전히 깨닫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나는 지금 이 복음을 어떻게 믿고 있는가.
오늘도 나는 천국을 누리고 있는가.
이 질문이 다시 나를 복음 앞에 세운다.

복음은 오늘 나와 우리 시대의 현실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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