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공동체
21세기는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거대한 파도와 같습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이라는 손 안의 작은 거울을 통해 지구 반대편의 숨결마저 실시간으로 느끼고, 소셜 미디어라는 무형의 거미줄로 수많은 이들과 얽히고설킵니다. 정보의 강물은 범람하고, 인공지능(AI)의 그림자는 삶의 깊숙한 곳까지 드리워져 우리의 일상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초연결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네트워크에 갇힌 채,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영적으로는 더욱 깊은 단절이라는 역설에 직면해 있습니다.
온라인 속 '좋아요'와 이모티콘은 진정한 눈빛 교환과 따뜻한 악수를 대신합니다. 대화는 해시태그처럼 짧게 끊어지고, 감정은 디지털 스마일이 되어버린 시대. 이러한 피상적인 관계의 사막에서 사람들은 갈증을 느끼지만, 정작 샘물은 마르고 있습니다. 마치 수천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가 밤늦도록 휴대폰을 쥐고 있지만, 깊은 밤 홀로 남겨진 불안감에 몸서리치는 것처럼 말입니다. 온라인 관계는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던지지만, 정작 영혼의 목마름을 채워주지는 못하는 허상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시대의 거친 바람은 한국교회라는 돛을 정면으로 강타했습니다. 통계청의 차가운 숫자들과 교계 연구소의 보고서는 MZ세대의 물결이 교회를 등지고 떠나는 모습과 교세 감소라는 뼈아픈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한때 영적인 고향이자 삶의 나침반이었던 교회는 이제 젊은 세대에게 '낡은 유물' 혹은 '꼰대들의 아성'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주일이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교회학교는 텅 빈 교실의 메아리만 남았고, 청년부 예배실은 고요한 침묵의 강이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숫자의 감소를 넘어, 한국교회의 심장이 멈춰가는 듯한 위기감을 안겨줍니다.
사회 전반에 드리워진 교회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이 깊어진 골을 더욱 깊게 파고 있습니다. 일부 교회의 아픈 치부들이 낱낱이 드러나고, 사회적 역할에 대한 차가운 비판의 시선은 교회를 향한 불신의 벽을 더욱 높이 쌓았습니다. '개독교'라는 비수가 온라인을 떠다니는 현실은 교회가 사회와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찢긴 초상화와 같습니다. 이러한 차가운 시선 속에서 교회는 젊은 세대의 삶과 고뇌에 더 이상 공명하지 못하는 '박제된 공간'으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그 결과, 젊은 영혼들은 교회의 문턱을 넘을 이유를 찾지 못하고, 심지어는 거부감의 망토를 두르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해일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심연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비대면 예배와 온라인 모임이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정착하면서, '가나안 성도(교회 밖 성도)'라는 존재는 더 이상 낯선 이름이 아닌 흔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물리적 공동체의 필요성은 희미한 안개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한때 주일의 빛이요 삶의 활력이었던 주일 성수와 교회 출석은 이제 개인의 '선택지' 중 하나가 되었고, 심지어는 '온라인만으로 충분하다'는 위험한 속삭임이 퍼져나갔습니다. 예배당에서 함께 울려 퍼지던 찬양과 서로를 위해 기도하던 뜨거운 영적 유대감은 온라인 화면이라는 차가운 유리벽 너머로 온전히 전달되기 어려웠습니다. 팬데믹은 교회를 '필요할 때만 클릭하는 콘텐츠'처럼 여기게 만들었고, 그 결과 공동체의 뿌리는 깊이 흔들렸습니다. 주일이면 늘 성가대석을 지키던 김 권사님은 "함께 어우러지던 예배의 숨결이 사라지고, 홀로 화면을 바라보는 외로움만 남았다"며, 온라인 예배의 편리함 속에 감춰진 상실감을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핵개인 사회'라는 거대한 이름 아래, 각자가 고립된 섬이 되어가는 현실을 마주합니다.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는 허물어지고, 1인 가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개인의 독립성은 찬양받지만 그 이면에 외로움과 단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의 눈부신 발전은 인간의 역할과 관계 방식을 재정의하는 거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AI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고, 인간의 감정마저 모방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이 우리를 짓누릅니다. 미래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은 젊은 영혼들을 더욱 어두운 터널로 몰아넣습니다.
더욱이 기후 위기라는 전 지구적 재앙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깊은 내면으로 움츠러들게 만듭니다. 예측 불가능한 자연의 분노와 오염된 환경은 무력감이라는 독버섯을 키우고, 이는 사회 전반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킵니다. 이러한 거대한 파도 속에서 사람들은 더욱 고립되고, 관계의 피로도라는 멍에를 짊어지며, 극단적 경쟁사회는 혐오와 세대 간의 단절이라는 날카로운 칼날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각자의 이익만을 쫓는 이기심이 팽배하고, 타인에 대한 불신은 굳건한 벽처럼 존재하며 진정한 공동체의 가치를 무참히 짓밟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서로를 향한 혐오의 불꽃이 튀고, 현실에서는 세대 간의 깊은 골이 파여 서로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비난하는 데 급급한 모습들이 연출됩니다.
이러한 격랑의 시대 속에서 교회는 과연 고립된 영혼들에게 진정한 위로와 구원의 등대가 되고 있는가 하는 깊은 의문과 함께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과 회의감마저 느끼고 있습니다. 수많은 영혼들이 교회의 문을 두드리지만, 그 안에서 진정한 연결과 위로를 찾지 못하고 다시 발길을 돌리는 아픈 모습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깨닫고, 고립된 영혼들에게 진정한 연결과 안식을 제공할 수 있는 시대의 방주가 되어야 할 절박한 순간에 와 있습니다. 잃어버린 공동체의 끈을 다시 엮고, 시대의 언어로 소통하며, 상처받은 영혼을 품을 수 있는 교회의 새로운 길은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교회는 시대의 물음에 답하고, 잃어버린 공동체의 진정한 가치를 회복하며, 다시금 영혼의 등대가 될 사명과 희망을 발견해야 할 것입니다.
초연결시대의 역설적 고립
교회는 불안 속에 흔들리는 영혼들에게
시대의 방주가 되어야 한다
다음 회 예고 ㅣ 8월 4일 월요일 연재 됩니다
" 공동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