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성경 읽기를 시작하며
* 이 글은 개인적인 신앙과 관련된 글임을 밝혀 둡니다
지난 306일간 지인들과 함께
공동체성경읽기를 통해 성경 1회 완독을 했습니다.
그리고 9월부터 다시 "갓피플 " 이란 성경앱을 통해
교회 지인들과 새로운 통독을 시작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80대까지 자발적으로 함께 진행하는
새로운 통독을 시작하면서
지난 통독의 감상과 새로운 통독에 대한 기대를 담아 쓴 글입니다.
나는 질척한 진밥이 싫었습니다.
갓 지은 질척한 밥은 입 안에 씹는 순간 엄청나게 뜨겁기도 했고
그 질퍽한 식감이 참 싫었습니다.
매번, 어머니에게 '꼬들한 밥'을 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항상 묵살당했습니다.
일찍이 "중풍"으로 바깥출입을 못하시는 할머니의 입맛에 모든 가족들이 식성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족 (家族) 이란 말은 같은 집에 사는 무리라는 뜻을 지닌 단어입니다.
하지만 식구(食口)는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을 말하는 단어입니다.
같은 집에 살지만 식사 한번 같이 못하는 가정들이 많은 요즘을 생각할 때 식구라는 말이 더 애틋하고 따스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수님도 공생애를 지내는 동안 제자들과 함께 먹고 마셨습니다. 제자들만이 아니라 무리들과 오병이어를 행하며 함께 먹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만찬을 행하며 예수님의 살과 피를 나누어 먹고 마시라 하시며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에수님도 생애 동안 제자들과 따르는 무리들과 어쩌면 한 식구이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교회는 주님의 명령에 따라 성찬을 나누며 지금도 예수님의 살과 피를 함께 먹으며 예수님을 기억합니다.
성찬을 나누며 우리는, 기꺼이 낮은 곳으로 오셔서 우리와 같이 식구 되어 주셨던 예수님을 기억합니다
지난 한 해 성경 통독을 이곳에서 함께 진행하며 가장 행복했던 것도
매일매일 같은 말씀을 함께 읽고, 듣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성경앱에 접속하면 항상 누군가는 오늘의 말씀을 먼저 읽었고,
또 누군가가 지금 읽고 있다고 불빛이 깜박입니다.
“ 아 지금도 누군가 나와 같은 말씀을 읽고 들으며 같은 하나님을 섬기고 있구나” 느끼는 순간
우리가 교회를 이루고 있구나 생각하며 감사했었습니다.
어릴 적 밥상의 기억은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밥이 질척했든지, 꼬들했든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맛있는 반찬에 기름기 있는 쌀밥이었던, 거친 음식에 간장종기만 마주한 밥상이었든지
중요한 것은 "함께 먹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가끔 생선토막 하나라도 생기면 살을 곱게 발라 어른들의 밥공기에 한 점, 어른들 누치 봐가며 아들 밥그릇에 한 점 나눠 주었습니다.
배려하며 제 몸과도 같이 생각하며 먹을 것을 나누던 그것이 기쁨이었고 행복이었음을
나이 들어야 알게 되고, 할머님이 돌아가시고야 알게 된 것이 안타깝습니다.
비록, 그 밥이 질척한 밥이든, 꼬들한 밥이든 , 매일매일 같은 밥상을 받고 같이 나누며 먹는 기쁨
그것이 바로 식구이며 , 같은 식구끼리는 아무리 모자란 식구가 있더라도 밖에 나가면 서로를 목숨 걸고 지켜내고자 했습니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 가는지 라면도 생각이 나지 않고, 꼬들한 밥보다 질척한 밥이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꼬들한 밥이든 간장종지만 놓인 개다리소반이든 식구들이 함께 하는 밥상이면 언제든지 달려갈 것입니다.
한 해 동안 같은 밥상을 같은 하루에 받을 식구 여러분들 반갑습니다.
확실한 것은 우리가 나누게 될 밥상은 꼬들한 밥도 질척한 밥도 아닌
세상에디에도 없는 예수님이 차리시는 "진수성찬"이라는 것입니다.
그것도 먹으면 먹을수록 지혜가 자라나고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엄청난 밥상이라는 것입니다.
폭식하지도 않고, 거르지도 않고, 서로서로 챙겨가며
이 진수성찬을 날마다 함께 나누어갈 식구들이 생김을
거듭 감사드립니다.
자 이제 함께 밥상 받으러 가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