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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Feb 24. 2020

교회가 문을 닫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잠옷을 입고 드린 주일 예배

제가 출석하는 교회가 문을 닫았습니다.

정확히는 예배를 중지했습니다.


대한민국 교회들이

예배를 중지하는 일은

이전에도 앞으로도 다시는 없을 일일 듯합니다.


지역을 덮친 코로나 19로 인해

지난주부터 새벽기도를 중지하고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의 영업을 중지하고

수요예배를 비롯한 모든 교회 모임과 집회를 중지했습니다.

그리고 주일 낮 예배를 중지했습니다.

교회의 직원들만 출근을 하고 교회의 모든 교제와 모임이

중지되었습니다.


대구에 위치한 교회입니다.

신종 코로나 19는 마침내

정통교단의 예배까지 중지시켰습니다.




토요일 저녁 

문자로 온라인 예배 안내를 받았습니다.

가정예배를 드리라는 안내 문자와 함께 

유튜브의 링크를 받았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예배시간에 성경과 찬송을 찾아 읽고

부르는 것이 일상화된지도 오래되었습니다.

TV를 통해 설교를 듣고 예배를 참여하는 것도 

일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나.

예배당의 문을 닫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여

스마트폰으로 예배를 드려야만 되는 상황은 

참 낯설었습니다.


티브이로 유튜브를 틀어놓고

가족들이 모여 앉았습니다.

잠옷을 입은 채로 소파와 바닥에 각기 자리 잡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오늘 목사님의 메시지는

"잠잠하라 고요하라"

배안에 잠들어 계신 예수님이 풍랑에 두려워하는 제자들을 꾸짖으시고

바다를 잠잠케 하신 사건이었습니다.


참 당황스럽고 복잡한 시간을 맞이한 우리에게

참 감사한 말씀이었습니다.


교회가 아닌 내 집 거실에서 

잠옷을 입은 체 드린 예배는 

오히려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건물도 없고 곁에 다른 사람들도 없었으며

성가대의 훌륭한 찬양도 없고 오직

나와 하나님만의 올곧은 시간이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갖는 담백한 예배였습니다.


오직 하나님께만 집중하는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평범하지 않는 일을 통해 깨닫습니다.


교회의 주일 낮 예배가 중지된다는 말을 듣고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일상의 소중함. 교회생활의 소중함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신앙인에게 고난은
세상과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하나님의 관계입니다.






코로나 19로 우리 지역은 

참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나님께  

고요하게 잠잠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직 그분의 자비와 사랑을 간구하고

우리의 죄악들을 회개하는 잠잠하고 조용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일들은

교회가 문을 닫은 것이 아니라

혼탁한 세상에 대한 관심의 문을 

그분 께서 닫아 주신 것입니다

그 문이 닫힐 때

진정한 교회의 문이 열립니다.


코로나 19로 겪는 고통과 고난을 겪는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이 고난과 위기로부터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가

문이 닫힐 때 

건너편에서 열리는 또 다른 문을 발견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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