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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Jan 20. 2020

靑春回想

유년과 소년 그리고 청년기의 기록

 

1965년 산     

이은상의 그리운 바다 출생     


미군부대 헬기 비행장 옆     

철조망을 헐고 쑥을 뜯던 어머니와     

가끔씩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활주로를 도망 다니던 날들     

철조망에 찢겨 휘날리던 옷자락


활주로 가에 꼬리연 하나 날리던 날     

무장 짚((jeep)이 우리 집 마당으로들어오고     

내 아비는     

짙은 라이방과  그들의 군홧발 아래 무릎 끓고     

어미는 오래오래 눈물 흘려야 했다     


가루우유와     

몸 튼튼 마음 튼튼이 새겨진     

빵 하나 가방에 넣고 빵만큼 부풀어     

돌아오던 귀갓길     

고아원 아이들에게 빼앗기고     

철 없이 울던 날     


똑딱이던 괘종시곗 바늘처럼     

어느 날 말없이 조용히     

하늘가로 가버린 할아버지     

오래오래 내 가슴에 묻다.  


시를 알게 된 날     

내 알아온 모든 것을 한낱     

휴지처럼 날리던 날     

김수영을 읽고 정호승을 읽고     

황동규를 읽고 강은교를 읽고     

읽고 또 읽고     


최류 가루 날리는 거리에     

우뚝 선 젊은 전봉준 같은 날들     

마야코프스키와 함께     

자작나무 희디흰 러시아의     

길을 달리던 내 푸르디     

푸른 청춘의 날들     


음악을 알고     

여백을 알고     

그녀를 알고     

삶을 알고자 한     

나날들     


내 아이 둘     

잠자는 모습을 그리며     

내게 밤을 허락한     

신께 감사하며     

낡은 구두 삐걱이며     

돌아오는 낡은     

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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