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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春回想

유년과 소년 그리고 청년기의 기록

by 여운


1965년 산

이은상의 그리운 바다 출생


미군부대 헬기 비행장 옆

철조망을 헐고 쑥을 뜯던 어머니와

가끔씩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활주로를 도망 다니던 날들

철조망에 찢겨 휘날리던 옷자락


활주로 가에 꼬리연 하나 날리던 날

무장 짚((jeep)이 우리 집 마당으로들어오고

내 아비는

짙은 라이방과 그들의 군홧발 아래 무릎 끓고

어미는 오래오래 눈물 흘려야 했다


가루우유와

몸 튼튼 마음 튼튼이 새겨진

빵 하나 가방에 넣고 빵만큼 부풀어

돌아오던 귀갓길

고아원 아이들에게 빼앗기고

철 없이 울던 날


똑딱이던 괘종시곗 바늘처럼

어느 날 말없이 조용히

하늘가로 가버린 할아버지

오래오래 내 가슴에 묻다.


시를 알게 된 날

내 알아온 모든 것을 한낱

휴지처럼 날리던 날

김수영을 읽고 정호승을 읽고

황동규를 읽고 강은교를 읽고

읽고 또 읽고


최류 가루 날리는 거리에

우뚝 선 젊은 전봉준 같은 날들

마야코프스키와 함께

자작나무 희디흰 러시아의

길을 달리던 내 푸르디

푸른 청춘의 날들


음악을 알고

여백을 알고

그녀를 알고

삶을 알고자 한

나날들


내 아이 둘

잠자는 모습을 그리며

내게 밤을 허락한

신께 감사하며

낡은 구두 삐걱이며

돌아오는 낡은

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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