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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Feb 09. 2021

동네 그리기 - 비긴 어게인

[왕 초보의 그림 공부] 상처 받은 자의 이야기 



비긴 어게인

존 카니 감독의 음악영화 연작 중 하나



싱어송라이터 그레타는 남자 친구 데이브와 함께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었지만

데이브는 그녀에게서 멀어지고 맙니다

-데이브 역은

마론 5의 에덤 리바인이 연기했습니다.


실의에 빠진 그레타는 친구와 함께 선술집에서

자작곡을 부르게 됩니다.

인디음악 제작사의 유명 프로듀서였던 댄

가정과 회사 생활이 다 무너져 내리고

술에 절어 선술집에 술잔을 기울입니다.


이렇게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을

카메라는 3번에 걸쳐 보여줍니다


소박한 기타 연주에

무미건조한 그레터의 음악이

댄의 의식 속에서 피아노 건반이 움직이고 첼로와 바이올린이

움직이며 편곡되어 들리는 장면은

이 영화에 단박에 빠지게 할 것입니다


상처 입은 자

패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오직 음악으로 소통하며

작은 희망을 만들어 나갑니다.

두 개로 갈라지는 이어폰을 같이 들으며

거리를 누비는 장면 역시 말할 수 없는 힐링을 줍니다


영화는 이런 스토리 라인 외에도

음악의 본질에 대해 슬그머니 이야기합니다


잘 갖춘 스튜디오와 좋은 세션과 장비로 녹음을 하는 것

길거리의 온갖 소음,

발레 하는 꼬마들을 위해, 생계를 위해 피아노를 치던 피아니스트와

베토벤에 신물 난 첼리스트. 골목의 주인인 아이들의

즉흥적 코러스


뉴욕시의 곳곳을 누비며

길거리에서 만들어지는 음반



그리고 그 속에서 눈 녹듯이 사라지는

각자 몫의 자괴감 패배감.


남자 친구의 눈길을 끌기 위해

노출 많은 복장을 입은 댄의 딸이 음반에 참여하고

그 자리에 같이 등장하는 댄의 부인

가족이 회복하는 모습 새로운 출발이 가능한

모두가 치유되는 기적


음악은 좋은 것 잘하는 것이 아니라

서있는 자리에서 같이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야기를 듣고.

길거리의 소음도 아이들의 목소리도

음악이 된다는 아주 평범한 사실을

우리에게 영화로 보여줍니다..


레이블의 시대를 거쳐

인디음반의 시대

그리고 그다음..


음악으로 사람들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순간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되는

소박한 기적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영화

그래서 원제목이

Can A Song Save Your life입니다

한국어 제목이 답을 합니다

비긴 어게인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

상처가 치유되는 회복의 영화

예술이 인간을 구원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깊이 아주 깊게 들게 하는

아주 아주 좋고도 따뜻하고도

힘이 나는 비긴 어게인






재개발이 얼마 남지 않은 마을

지금은 비어있는 저 집 아래에도

언젠가는 따스한 온기가 가득했을 것이고

어쩌면 댄과 같이 견디기 힘든 고통의 시간을

저 지붕 아래 보냈을지도 모르지요.


신은 우리에게 견딜만한 고통을 주신 다지만

가끔은 상상하기 힘든 고통이 매일매일 배가되는 끔찍한 순간들도 있지요


상처와 고통은 저 빈집에 다 버리고 떠나셨기를 빌어봅니다

동네를 거닐다 보면 자꾸만 어두운 곳만 보입니다

패배자의 이야기 비긴 어게인

그러나, 버려진 길거리에 진정한 음악이 꽃피고

상처가 치유됩니다.

모두 떠나버려 빈들이 어둠에 젖습니다.





빈 골목

1점 투시의 끝판왕처럼 보여서 찍어봤습니다.



고통과 상처가 소실되는 행복한 소실점이 저 끝에 있습니다.

그것도 힘들게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아도 될

딱 내 눈높이에 소실점이 있습니다.

그냥 바라만 보고 달려만 가면, 아니 천천히 걸어만 가면

상처나 고통 따위는 소실될 것 같습니다.


멈춘 자리. 그곳에 돌아보면

딱 내 눈높이에 소실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올려다봐도 소실점은 시선 방향이 아니라

내 눈높이에 있습니다.

아무리 내려다봐도 소실점은 저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딱 내 눈높이에 있습니다.

내 눈높이만큼의 겸손과 자신감이면

고통 따위는 소실되겠지요?


Adam Levine의 Lost Stars

들으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그림 같은 교회가 있었네요.



사실 종교와 예술만이

끝없이 주고도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종교와 예술만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습니다. 감히


동네 그리기는 말이 동네 그리기이지

자동차 그리기 같습니다,

늘 낯익은 자동차 더 어렵습니다.


낯익음과 낯섦의 사이 그 어디에

그림이 존재합니다.



<비긴 어게인>은 회복의 이야기입니다. 치유의 이야기입니다.

일상이 피고 지는 우리네 삶은 매일매일 전투로 생긴

상처와의 싸움입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신음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며 살아내야 하는

이 세상은 너무나 힘겹습니다.


상처 없는 세상은 없지만

치유 없는 세상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비긴 어게인이 더욱더 절실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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