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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Apr 01. 2021

나도 죽은 십자가

고난주간을 지나며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갈라디아서 2장 20절



2021년 고난주간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내가 출석하는 교회는 고난주간 특별 새벽기도 시간을 통해

갈라디아서를 6번에 걸쳐 설교 본문으로 준비했습니다.

6장으로 되어있는 갈라디아서는 바울의 1차 전도여행 이후에 교회들에게 보낸 회람 서신입니다.

갈라디아서는 유대인이 박해를 통해 거짓 복음으로부터 오직 하나님의 은혜를 통한 믿음과 구원을 증거 하며

참된 신앙인의 모습에 대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본문 말씀은 2장 20절 말씀으로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라도 외울 정도로 낯익은 말씀입니다.

복음성가로도 익숙한 이 말씀을 오늘 설교말씀을 통해 다시금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친 후 한참 동안 저 말씀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20절 말씀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먼저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라는 대전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마지막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 이렇게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수없이 이 말씀을 들으면서 나는 첫 번째 부분은 당연한 전제라 여기고  그 이후의 삶의 영광과 그리스도인의 자세에 대 헤서만 집중했었던 것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죽음 뒤의 이루어질 자랑스러운 신앙인의 자부심만 생각하며 그전에 십자가에 못 박힌다는 엄청난 고통과 고난에 대해 쉽게 생각해 왔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의 대전제가 없으면 내 안에 그리스도도 살아계시지 않으면 육체 가운데 그냥 머무른다는 엄청난 선언을 그냥 지나쳐 들어왔던 것입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라는 말씀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삶 속에 고난 정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십자가 예수님의 십자가는  그 과정과 그 고통을 너무나 잘 알지만 묵묵히 지고 지나가신 길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다는 것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이 피가 되도록 기도하셨지만 제자들은 무심히 잠들어 버린 절대적 고독을 의미하는 것이며

십자가에 못 박힌다는 것은 

예수님조차도 감당하지 못한, 가시면류관을 쓰고 골고다 까지 무릎이 꺾이며 올라가지 못해 구레네 사람 시몬에게 억지로 십자가를 지게 까지 만든 상상하기 힘든 고통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다는 것은 

좌우의 강도와 도적들과 같이 세상 사람들에게 죄인으로 낙인찍혀 땅에 발조차 닿지 못할 죄인의 괴수로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뜻이면

십자가에 못 박힌다는 것은 수치와 치욕으로 최후를 맞이한다는 뜻입니다.


과연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는지" 자문해보아야 할 대목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으면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살 수 없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으면

아직도 육체 가운데 살고 있는 것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으면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 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십자가에 자기 자신을 못 박는 것

그 고통과 고난과 수치와 치욕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을

오직 그리스도 한분과 바꾸는 진짜 죽음의 길입니다.


너도 죽었는가 묻는 아침해가 떠오릅니다.

그때 그 자리에 함께 있었는가  묻는 하루가 밝아 옵니다.


먹물/채색 '2021 고난주간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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