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한다는 것이 살아있는 것, 궁금해서 못 죽어
죽음에 대해 생각할 때가 많다.
'급작스레 죽게 되면 내가 남긴 무엇, 진짜 내 생각들을 담은 글을 가족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까?'
죽기 전까지 나에 대해 알리고 싶고, 내가 생각한 것들을 공유하고픈 나는 진짜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 죽어서라도 나를 알리고 싶어 죽을 수 없는 마음인 게다.
죽음에 대한 생각 반드시 누구 때문은 아니다. 진짜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들의 대부분은 타인보다 스스로에게 있다.
중학교 2학년 성적비관으로 자살시도를 하려 했던 그 시절, 나는 무서웠다. 등수가 떨어진 성적표를 보는 아빠의 굳어 있을 표정을 보는 게 두려웠고, 늘 달래며 격려해주시던 엄마가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고, 오빠에겐 늘 부족한 동생인 것이 부끄러웠다. 그 시절 나는 없었다. 내 마음과 내 생각은 존재하지 않았고 타인의 눈과 생각에 벌벌 떨고 있었다. 결국 난 죽지 않았고, 가끔 살아있음이 너무 버겁다 느낄 때면 그때 꿀에 탄 농약을 마시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며 살았던 적은 더러 있었다. 만약 그 당시 내가 농약을 마시고 죽은 것을 안다면 엄마는 평생 자식만큼 사랑한 화초를 키우지 않으셨을까? 그리 바쁘고 고된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면서도 집안 가득 화초를 정성스럽게 키우기 위해 준비한 약이 자식에게 독이 되게 한 것을 알고 오열하셨을까?
어쨌든 다행이다. 난 이리 살아있으니 말이다.
어른이 되어 치열하게 살아가며 회사를 다니고 생업전선에 뛰어들어 살아가는 동안은 죽고 싶지 않았다. 힘들고 지치고 때로는 모멸감도 느끼가며 바닥으로 내려쳐지는 느낌이 들 때에도 나는 생산적인 사람이고, 나로 인해 창출되는 것들에 만족했으며 내 노고로 누군가 도움을 받게 되었다 느껴질 때면 힘든 생각은 모두 살아지고 살아있음을 감사했다. 문제는 해결을 위해 일어나는 것이며 실패는 성공을 위한 발판이라 여기며 뜨겁게 살아왔다. 화와 열정이 한데 어우러져 내 신체를 구성하는 기분은 묘했다. 그러다 나는 점점 맥이 빠지기 시작했다. 공상과학 영화와 같은 세상을 만들려는 과학자와 미래 기업가들의 새로운 시도들에 의해 내 생계는 위협받기 시작했고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지질한 인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석기시대에서 철기 시대로 넘어가기 전 청동기 시대에 새로운 문물에 적응하지 못하고 선도하지 못한 죄로 퇴보되어 가는 유인원 같다고 할까? 역사는 다른 형태로 반복되고 그로 인해 인간의 진화도 이루어진 것처럼 나란 인간 분류군에 대한 퇴보가 이런 식으로 과거에도 이루어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쯤 나는 책을 만났다.
책을 통해 나는 죽고 사는 문제에 대한 더 깊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으며 죽는 것이 무슨 무기나 되는 듯이 굴던 시절과 달리 죽는 것에 대한 여한이 없다고 여기기 시작하게 되었다. 오늘 죽어도 내일이 두렵지 않고, 오늘 이 책을 읽었기에 내일 죽음이 내게 온다 해도 후회가 없을 것 같다 여기며 살았다. 죽음을 생각하고 삶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해주는 것이며 훌륭한 위인들도 그런 고민과 고통에 순간을 살며 자신의 일생을 꾸려간 것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죽음에 대한 생각이 점차 정리되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죽고 싶다. 죽고 싶은 이유가 무어냐 묻는다면 내가 살아있다고 느껴지지 않는 순간들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죽고 싶다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살아있는 것이며 살아있기에 오늘을 감사히 느끼려 하며 하루를 헛되이 보내려 하지 않으려 애쓴다. 애쓰다 보면 하루가 다 가고 그렇게 보낸 시간을 후회할 때도 많지만 내일 또 내가 살아있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짐에 감사하다.
35층 정도의 고층에 올라가 본 적이 있는가?
최근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어 35층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너무나 식상하고 뻔한 이야기지만 죽고 싶은 용기로 살아가라.
죽을 용기도 없는 비겁한 자여. 입 닥치고 그냥 오늘을 잘 살아라.
누군가를 탓하며 세상을 탓하며 생을 연명하지 말고 자신을 살아라.
결국 모든 문제는 내게 있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는 맛에 또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도구를 찾아 산다.
그게 사랑인 적도 있었고, 돈인 적도 있었다. 자식인 적도 있었으나 이제 다시 한번 도약한다.
진정한 나를 위해 살아갈 내 인생.
죽지 못해 살아 있음이 아니라 제대로 죽기 위해 잘 살기를 다짐하는 내 인생!
하루 좀 허투루 쓰더라도 괜찮다고 해 줄 나를 감사하며 오늘 하루도 내 나름의 계획을 꾸려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