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그리고 눈물

그래도 쓴다

by Sarah story

바람이 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 간다


이소라 <바람이 분다>


새벽에 일어나

미국에서 와야 할 답장을 기다리고 있으나

내 맘처럼 되지 않는다.


그거라도 제대로 되면 마음이 한결 편할 것 같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책상에 앉아 전자책을 읽으면서 조금만 집중하면 완독 할 수 있을 상황인데

자꾸 손이 스마트폰에 간다.

그래서 부엌에 가서 평소에 마시지 않는 진한 아메리카노를 타서

내방으로 들어가려 하니 밖은 먹구름과 금방이라도 모두 삼켜버릴 것 같은 바람소리로 요란하다.


"그래, 매일 맑을 순 없겠지. 흐린 날도 있고, 오늘같이 지구 종말 같은 분위기를 내는 날도 있겠지."


책상에 앉아 창문을 연다.

바람이 너무나 거세게 몰아치는 것을 보며 마음을 다잡기 힘들어

의자에 앉자마자 글을 써야겠다며 제목을 쓰는데 왈칵 눈물이 나더라.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의 첫 소절처럼.


최근 3년 동안 너무나 울어서

더 이상 울고 싶지 않은데

그래서 한동안 울지 않고 잘 버틴 것 같은데

또 눈물이 최근에 많아졌다.


그저께는 하루 종일 잠을 자다 일어나면 울다 다시 잠들다 깨고 반복했다.

24시간을 그리 자다 울다 하며 먹지도 않고 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고, 마음도 다소 후련해진 것 같더라.

하지만 다시 묵직해져 온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내겐 아무도 없는걸..

그래 자식과 남편이 있지만

내 부모도 오빠도 없는걸..

내 혈육이 이제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내 뿌리가 다 뽑힌 것 같은데

내가 누구에게 무얼 더 바라고 원하겠냐며

내 관계의 정의도 모두 무너져버린 지 오래다.


사람 속에 살면서 늘 사람에 외로웠던 나는

관계를 지속할 역량도 되지 않았고

그 그릇 속에 버텨내려고 무던히 애를 쓰긴 했는데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나는 혼자야."였다.


어릴 적 누군가 나를 찾으러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어두운 부엌에 들어가 식탁 속에 들어가 있으면

내 이름을 부르기를 기다리다 잠든 적도 있으나

각자 참 바쁘고 애쓰며 살았던 가족들.

그때의 철부지 같은 마음이 나는 아직도 있나 보다.


누군가 떠나고 떠나보내고 떠난다 해도

그건 순리이고 자연인 것을

슬퍼할 일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에 박수를 보내줘야 할 일일 수도 있는데

왜 이리 미련스러울까?


바람이 불어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있기 쉽지 않은 것이 당연지사인 것을 나는 거스르고 싶을 때가 있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바람이분다.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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