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레이트, 2천만 원대 전기 픽업트럭 공개
전기차 시장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Slate)가 실용성을 극대화한 전기 픽업트럭 ‘슬레이트 트럭’을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시작 가격이 약 2천만 원대로 책정된 이 차량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소비자 중심의 유연한 모듈 플랫폼을 내세워 기존 고급 중심의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슬레이트 트럭의 가장 큰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미국 연방 보조금 적용 시 출고가는 약 2천만 원대까지 떨어지며, 이는 전기 픽업트럭 중에서도 최저 수준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가격을 실현한 배경에는 ‘선택 중심’ 전략이 있다. 기본 사양을 최소화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옵션과 액세서리는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실제로 기본 모델에는 라디오나 스피커, 디지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조차 빠져 있으며, 수동식 윈도우 핸들과 디지털 계기판, 휴대폰 거치대만 제공된다.
모든 추가 기능은 사용자 맞춤형 액세서리로 별도 구매할 수 있어, 차량의 목적에 따라 구성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했다.
슬레이트 트럭은 마치 ‘빈 캔버스’와 같다. 외장은 회색 복합 소재로 마감되어 있으며, 도장이 없는 평평한 표면 구조 덕분에 누구나 쉽게 랩핑이 가능하다. 이 차량은 강철 휠을 적용한 2인승 모델이 기본형이지만, SUV 전환 키트를 추가하면 오픈탑 5인승 SUV 형태로 확장할 수 있다.
총 100여 종에 달하는 액세서리 옵션에는 루프탑 텐트, 적재함 확장 모듈, 알루미늄 휠, 외장 색상 랩핑 등 다양한 구성품이 포함돼 있어, 실용성과 모험성 모두를 갖춘 차량으로 진화시킬 수 있다.
주행 성능도 실용성을 고려한 구성이다. 슬레이트 트럭은 리어 싱글 모터 기반으로 최고 출력 201마력(150kW), 최대 토크 26.9kg·m를 발휘한다. 배터리는 52.7kWh와 84.3kWh 두 가지 버전으로 제공되며, 각각 241km와 386km의 주행 거리를 지원한다.
충전 속도 역시 경쟁력을 갖췄다. DC 급속 충전으로는 20~80% 충전이 30분 이내 가능하며, 레벨 2 충전은 약 5시간, 일반 가정용 충전기는 11시간이 소요된다. 테슬라의 NACS 커넥터를 기본 제공해 호환성까지 확보했다.
안전 사양 면에서도 타협하지 않았다.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AEB), 전방 추돌 경고, ESC, 트랙션 컨트롤 등 주요 안전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했으며, 운전석·동승석 에어백과 후방 카메라, 자동 하이빔 기능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최고 등급인 5성 안전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슬레이트 트럭은 전기차의 본질적인 가치를 재정의하고 있다. 최신 기술이나 고급 옵션 대신, 이동 수단으로서의 기능성과 개인화 가능성에 집중한 이 차량은 단순함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준다.
이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투자자로 참여하며 주목을 끌고 있으며,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본격적인 출시 준비에 돌입했다. 진입장벽을 허물고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슬레이트의 시도가 과연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전기차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