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가격보다 더 큰 불편은 승차감
미래형 디자인과 조용한 주행, 그리고 폭발적인 가속력까지. 전기차는 첨단 모빌리티 시대를 상징하는 모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막상 차량을 인도받고 도로 위에 오르면,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불만을 터뜨리는 부분은 의외로 ‘승차감’이다. 충전 인프라나 주행거리보다 더 직접적으로 매일 체감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승차감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배터리다. 바닥에 장착되는 500kg 이상의 고중량 배터리는 차량 전체 무게 중심을 바꾸고, 이를 지탱하기 위해 제조사들은 서스펜션을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단단하게 세팅한다.
여기에 모터의 강력한 토크를 감당하기 위한 광폭 타이어가 더해지면서 충격 흡수 여력이 줄어든다. 결국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지날 때, 충격이 그대로 허리와 척추로 전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내연기관 차량에서는 엔진 소음이 일종의 ‘마스킹 효과’를 주어 외부 소음을 덮어주었다. 하지만 전기차는 엔진 소음이 사라진 대신 풍절음, 타이어 마찰음, 노면 소음이 고스란히 실내로 파고든다. 특히 정숙성을 기대하고 구매한 소비자일수록 이 불편을 크게 느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료비 아껴서 허리 치료비 내게 생겼다”는 불만과 “장수돌 침대보다 딱딱하다”는 자조 섞인 후기가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전기차는 구조적으로 배터리 무게가 앞좌석에 더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뒷좌석 승차감은 더 나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이를 태우는 패밀리카나 부모님을 모시려는 목적으로 전기차를 선택했지만, 동승자로부터 “멀미가 난다”는 핀잔을 들었다는 사례도 흔하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전기차 뒷좌석 멀미’라는 키워드가 단골 검색어로 떠오르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도 승차감 개선을 위해 다양한 해법을 내놓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K-사일런트’, 한국타이어의 ‘사운드 업소버’처럼 타이어 내부에 흡음재를 삽입해 특정 주파수를 줄이는 저소음 타이어가 대표적이다.
또한 프리미엄 전기차에서는 노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댐핑을 조절하는 어댑티브 서스펜션과 에어 서스펜션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차체 곳곳에 흡음재를 보강해 소음을 줄이는 기술도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전기차 시장의 초기 경쟁은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였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제원표에 적힌 숫자가 아닌, 매일 몸으로 느끼는 주행 질감과 안락함을 우선시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전기차 시장의 승부처는 ‘누가 더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전비나 가격 경쟁력을 넘어, 인간의 감각과 건강을 배려하는 브랜드만이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