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대한민국 세단 시장의 절대 강자는 여전히 그랜저다. 2025년 8월 한 달간 4,800여 대가 판매되며, ‘국민 세단’이라는 명성이 빈말이 아님을 입증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이 자리에 안주하지 않았다.
올 연말 또는 2026년 초 공개될 그랜저 페이스리프트는 단순한 부분 변경이 아닌, 제네시스급 기술을 대거 이식한 ‘플래그십 재정의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현행 모델의 세로형 헤드램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를 수평형 MLA(Micro Lens Array) 헤드램프가 대신한다.
MLA는 수백만 개의 초미세 렌즈로 빛의 방향과 강도를 세밀하게 제어하는 기술로, 야간 시야 확보 능력을 크게 높인다.
이 기술은 기존에 제네시스 G90 등 상위 라인업에만 적용되던 고급 사양으로, 이번 그랜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플래그십 기술의 대중화가 실현된다.
전면 디자인은 한층 두꺼워진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DRL)와 새롭게 조정된 그릴 라인으로 재구성된다. 결과적으로 차량은 이전보다 넓고 당당한 인상,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조형미를 갖추게 된다.
후면부는 방향지시등의 위치가 상향 조정되어 시인성을 확보하고, 라이트 바의 그래픽도 보다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실내 변화의 핵심은 ‘운전자 중심의 몰입감’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새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이다. 복고풍의 원형 디자인에서 벗어나, 스포티한 3스포크 형태로 진화했다.
특히 기어 셀렉터는 조작 편의성을 위해 콘솔 상단으로 이동해, 손의 동선을 최소화하는 인체공학적 설계가 적용됐다.
또한 이번 모델에는 플레오스(Pleos) 통합 송풍 시스템이 처음으로 탑재된다. 송풍구를 대시보드 디자인과 완벽하게 일체화해 시각적 간결함을 높였으며, 내부 공기 흐름을 정밀하게 제어해 쾌적함을 강화했다.
듀얼 무선 충전 패드, 추가 수납공간, 개선된 소재 마감 등으로 편의성과 고급감이 모두 업그레이드됐다.
현대차는 그랜저의 핵심 경쟁력인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2.5 가솔린, 3.5 V6 가솔린, 1.6 터보 하이브리드 구성이 그대로 유지되며, 검증된 효율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고객 만족도를 이어간다.
이러한 결정은 새로운 디자인과 첨단 기술을 도입하면서도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약 200만 원 내외의 인상, 즉 시작가가 4,000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랜저 페이스리프트는 ‘안정성과 혁신’이라는 상반된 가치의 균형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기존의 검증된 주행 성능과 신뢰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외관 디자인과 실내 품질은 한 단계 진화했다.
이로써 그랜저는 단순히 판매량 1위 모델을 넘어, 기술적·감성적 권위까지 겸비한 진정한 플래그십 세단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기아 K8과의 경쟁 구도 또한 단순한 수치 경쟁을 넘어 기술력과 품격의 차원으로 확장될 것이다. 새로운 눈과 새로운 공간을 갖춘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왕좌의 진화’는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