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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간의 여정 끝" 단종을 알린 국산차의 정체

기아, 소형 SUV 쏘울 단종

by topictree
kia-soul-discontinued-production-shift-sportage-labor-risk-1.jpg 기아 쏘울 / 사진=기아


국내 소형 SUV 시장을 개척했던 기아의 상징적 모델 ‘쏘울’이 출시 17년 만에 단종된다.


2008년 9월 첫 선을 보인 이후 전 세계에서 233만 6,000대 이상 판매된 기아 쏘울은, 오는 10월 광주 2공장에서의 생산을 마지막으로 공식 퇴장한다.


특히 쏘울은 95% 이상이 해외 시장에서 팔려나간 수출 중심 모델로, 지난해에도 EV6나 EV9보다 많은 6만 20대를 수출하며 꾸준한 인기를 증명했다.


그럼에도 단종을 결정한 이유는, 수익성 중심의 라인업 재편과 생산 효율화 전략에 따른 기아의 냉철한 사업 구조 조정이다.


‘잘 팔리는 차’의 단종

kia-soul-discontinued-production-shift-sportage-labor-risk-4.jpg 기아 쏘울 / 사진=기아


기아가 쏘울을 단종한 배경에는 판매량보다 중요한 수익성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쏘울의 대당 단가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최근 기아가 주력하고 있는 스포티지, EV 시리즈에 비해 생산 여력이 비효율적으로 소모되고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기아는 쏘울의 생산 라인을 정리하고, 해당 공간을 스포티지 증산에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현재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최소 6개월 이상 출고 대기가 발생할 정도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기아 입장에서는 저수익 모델을 줄이고 고수익 차량으로 생산능력을 집중하는 것이 최적 전략인 셈이다.


생산 종료 하루 전 ‘정전+교섭 결렬’

kia-soul-discontinued-production-shift-sportage-labor-risk-3.jpg 기아 쏘울 / 사진=기아


그러나 기아의 생산 구조 개편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쏘울 단종 소식이 전해지기 전날인 9월 11일, 광주 2공장에서 원인 미상의 정전 사태가 발생해 생산이 수 시간 중단됐다.


이어 같은 날 오후, 5차 임금 및 단체협상이 최종 결렬되며 기아 노동조합은 쟁의 절차에 돌입했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14만 1,300원 인상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만 64세 연장 ▲주 4일제 도입 등 강도 높은 요구를 내세우고 있어, 노사 간 이견이 쉽게 좁혀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생산라인 재편 vs 노동자 반발

kia-soul-discontinued-production-shift-sportage-labor-risk-5.jpg 기아 쏘울 실내 / 사진=기아


기아는 쏘울 단종 이후 광주 2공장 라인을 그대로 스포티지 생산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노조는 고용 구조 변경, 생산 전환 과정에서의 인력 재배치 등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며, 실제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자동차 공장의 경우 한 라인이라도 멈추면 전체 생산 계획에 큰 차질이 발생하는 컨베이어벨트 방식이기 때문에, 만약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스포티지 생산 증대는커녕 기존 공급조차 위협받을 수 있다.


성장통인가, 체질 개선의 시작인가

kia-soul-discontinued-production-shift-sportage-labor-risk-2.jpg 기아 쏘울 / 사진=기아


기아 쏘울의 단종은 단순한 모델 종료가 아니라, 기아의 경영 전략 전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라인업을 효율화하고 생산 단가 대비 수익성이 높은 모델에 집중하는 전략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불거진 노사 갈등과 예기치 못한 변수들은 기아가 넘어야 할 ‘성장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기아가 쏘울의 빈자리를 넘어, 내실 있는 생산 체계와 조화로운 노사 관계 속에서 성공적인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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