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수입차 1위, BMW로 바뀐 이유
수입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오랜 기간 1억 5,000만 원 이상 초고가 수입차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오던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BMW에 밀리며 자리를 내줄 위기에 놓였다.
2025년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등록 기준, BMW는 1억 5,000만 원 이상 고가 차량을 10,084대 판매해, 10,057대를 기록한 벤츠를 근소하게 앞섰다.
불과 27대 차이지만, 수십 년간 이어진 벤츠 독주의 균열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번 판도 변화의 중심에는 BMW X7이 있다. 플래그십 SUV로 자리잡은 X7은 올해에만 2,864대가 판매되며 전체 초고가 수입차 중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전장 5,180mm, 휠베이스 3,105mm에 이르는 대형 차체는 공간성과 존재감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최고출력 530마력까지 구현 가능한 성능도 함께 갖췄다.
여기에 세련된 실내 인테리어와 7인승 구성은 젊은 프리미엄 소비층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정숙하고 중후한 세단 중심의 벤츠가 SUV 수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사이, BMW는 다채로운 SUV 라인업으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나갔다.
전동화 부문에서도 BMW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고가 전기차 판매량만 보더라도, BMW는 올해 1,043대를 기록해 벤츠(500대)의 두 배를 넘는 실적을 거뒀다.
BMW코리아의 전체 전동화 차량 판매량은 9,454대로 전년 대비 15.6% 증가했다. 이는 단지 기술적인 우위가 아니라, 소비자 니즈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 기민함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반면 벤츠는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라인업 전개에서 느린 속도를 보이며 프리미엄 친환경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것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과거 초고가 수입차의 주요 고객이 중장년층이었다면, 최근에는 30~40대 젊은 고소득층의 유입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전통적인 품격보다 주행 감각과 라이프스타일의 일치를 중시하며, BMW가 강조하는 ‘다이내믹함’과 ‘SUV 활용성’을 선호한다.
벤츠가 ‘E클래스’ 등에서 여전히 견고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브랜드 정체성을 이끄는 플래그십 영역에서의 주도권 상실은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만약 올해 말까지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BMW는 사상 최초로 국내 초고가 수입차 시장 1위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단순한 판매 수치를 넘어, 이는 국내 소비자들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강력한 지표다.
BMW는 SUV 다양화와 전동화 전략을 앞세워 벤츠의 전통을 압박하고 있으며, 벤츠는 브랜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보다 과감한 제품 전략과 소비자 경험 강화를 요구받게 될 것이다. 초고가 수입차 시장의 권좌가 누구의 손에 돌아갈지는, 남은 두 달간의 성적표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