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스럽고 포근한 우리의 호칭
안녕하세요. 플러수렴입니다.
여러분은 각자 연인을 어떻게 부르시나요?
연애할 땐 ‘자기’, ‘오빠’, '누나', 혹은 이름이나 애칭.
결혼하면 ‘여보’, ‘당신’, ‘00엄마’, ‘00아빠’.
참 다양하죠. 그리고 묘하게 달라지죠.
저와 신랑은 연애할 때는 여러 애칭을 이것저것 바꿔가며 불렀어요.
결혼 후에는, '그대'라는 호칭을 자주 씁니다.
"그대, 점심 먹었어?"
"응! 그대는?"
이런 식으로요.
언제부터 '그대'라는 호칭으로 서로를 부른 건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리고 특이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구요.
그런데, 주변 지인들이 "'그대'라는 표현이 독특하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구요.
그래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대'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일까?
왜 우리는 그 단어를 어색하지 않게, 자주 쓰게 되었을까?
먼저, '그대'를 사전에 검색해보았습니다.
'듣는 이가 친구나 아랫사람인 경우, 그 사람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국어 사전 의미에 따르면, 저희 부부가 그 의미는 맞게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친구를 높여 이르는 말이니까요. (저희, 학교 동기거든요)
나무위키에서는 '그대'라는 단어에 대해 '사용이 점차 줄어 노래에 자주 쓰인다', '문학에서 문어체로 상대방을 친근하게 부를 때 사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하며, '현대 한국어에서 평범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언급합니다.
흔하게 쓰는 표현이 아니라네요.
지인들이 다소 독특하게 느꼈던 부분도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어쩌다가 '그대'를 꾸준히 써오게 되었을까요?
누가 먼저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대'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좋아서 자주 쓰는 것 같아요.
먼저, '그대'라는 발음은 고요하고 편안합니다.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부드럽게 흘러나오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그대'라고 부르고 나서, 날선 문장이 이어졌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뭔가, 말이 자연히 다정해지는 단어랄까요.
조금 민감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도 '그대'라는 호칭을 곁들이면, 조금 유화된 표현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어요.
말 한 마디에도 리듬이 있고, 그 리듬이 감정을 만들기도 하잖아요.
'그대'라는 말은, 그런 점에서 특히 부드러운 호흡과 리듬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그대'라고 부르면,
마음도 덩달아 천천해지고 조심스러워지는 듯합니다.
또, '그대'는 참 묘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데요.
뭔가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느낌이랄까요.
현실의 번뇌를 다 겪고 통달한 어떤 이가, 나지막히 건네는 말 같기도 하구요.
'자기'처럼 친밀하거나,
'당신'처럼 보다 현실적인 느낌도 아니고,
'오빠'처럼 나이 차이를 담은 호칭도 아니에요.
'그대'는 그 어떤 추가적인 의미나 구분도 담지 않고
그저 내 눈앞의 상대방을, 그냥 그 사람 자체로 고요하고 다정하게 부르는 그 느낌이 있어요.
저는 그게 좋았던 것 같아요.
가까우면서도 예의를 담고, 친하면서도 담백한 그 느낌이요.
앞으로도 저는,
'그대'라는 호칭으로 신랑을 자주 부르려 합니다.
이렇게 '그대'라는 단어를 곱씹다 보니,
더 애정이 가는 호칭이 되었습니다.
'그대'라는 문지방을 닮은 그 단어가.
그 안에 담고 있는 온도 덕분에
저희가 서로에게 좀 더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머물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저희 앞에 수많은 희로애락이 있겠지만,
그 모든 순간에서 '그대'라고 부르며, 예의있고 다정하게, 그렇게 나지막히 고요하게
서로를 믿으며 인생의 여정을 함께 걸어갈 수 있길.
미래의 신랑에게 응원을 보내봅니다.
"그대! 우리 잘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