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 사용법

- 내가 좋아하는 몽글몽글한 것들

안녕하세요. 플러수렴입니다.



내 마음 속의 먼지를 씻어낸다는 기분으로,

오늘 하루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과 해야하는 것들로 채워보았습니다.

빽빽하게 채운 하루는 아니었고,

듬성듬성, 툭툭.. 여백은 좀 있지만 가볍게 채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힐링되면서도 에너지가 채워지는 하루였던 것 같아요.


느지막이 알람없이 눈을 떴지만 여전히 오전이 남아있어서 좋았구요.

어제 만들어두고 잔 요거트가 완성되어서 좋았구요.

2주만에 조깅도 했어요. 헤드폰, 선글라스, 모자를 장착하고, 힘들지 않은 속도로 뛰는데 적당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 마음에 드는 노래들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회복러닝이었어요.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골프연습장에서 약 30분 정도 공을 쳤습니다. 아이언이 잘 맞아서 기분이 더 좋아졌어요. 드라이버는 영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여기까지!'하고 마무리했답니다. 공을 치다보면 기계가 거리를 알려주기 전에 감이 옵니다. 이 공이 제대로 갈 것인지 엉뚱한 데로 튈지. 챡- 하고 공이 채에 감기는, 아주 잘 맞은 그 느낌. 그 순간의 짜릿함이 참 좋아요. 실력이 부족해서 자주 느끼지는 못하지만, 이따금 찾아오는 그 한 방의 쾌감 덕분에 골프를 아주 놓아버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2020년에 골프에 입문했지만 여전히 골린이랍니다.)


그리고는, 눈독들여두었던 카페에 들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카야토스트를 팔거든요. 평소에 카페에 자주 돈을 쓰는 걸 아깝게 여기는 편이라. 한 달 정도를 꾹 참고 그냥 지나치기만 했는데요, 오늘은 한동안 미뤄뒀던 해야할 일 하나를 카페에서 하겠다고 약속하고 방문했지요. 카야 버터토스트는 기대만큼 감동이 밀려오진 않았지만, 커피가 정말 맛있었어요. 한입한입 마실 때마다 '크- 이게 삶이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달까요.



어제는 '사는 게 무엇인가', '난 잘 살고 있는 걸까' 생각을 했는데

오늘은 '크- 이게 삶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걸 보면,

우리네의 삶이 참 한없이 복잡하고 속절없는 것 같으면서도, 단순한 것 같아요.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 것 처럼, 모든 순간이 참 한끗 차이에요.




오늘 하루를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보면서,

저를 오래 더 잘, 쓰기 위한 '나 사용법'을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제가 좋아하는 것들. '살아있음'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작은 것들을 나열해보았어요.

- 좋아하는 음식 : 향긋한 음식(봄나물, 향신료), 부드럽고 촉촉한 음식. 김밥, 각종 쌈채소

- 빵냄새(먹는 거보다는 냄새를 더 좋아해요)

- 노래 들으며 멍때리다가 글쓰다 하기 (특히 보사노바 재즈 좋아한답니다)

- 적당한 햇살과 바람 속에서 산책/조깅하기 (신랑이랑 하면 더 좋아♡)

- 척추기립근이 단단해지는 기분. 운동 다음날 그 근육이 살짝 당기는 기분.

- 아주 시원한 맥주 딱 한 입 마시기!

- 미세먼지가 아주 좋음인, 청명한 풍경 바라보기

- 운동을 하고 난 후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

- 요가 수업 듣기 (고요하게 몸에 집중하는 기분이 좋아요. 마지막에 사바사나 자세도 좋아요!)

- 바닥이 절절 끓는, 따뜻한 바닥에 누워있기

- 아기고양이 영상이나 사진 보기

- 니트재질/극세사 재질 옷 입기

- 하루를 시작하며, 다이어리에 'Plan Today'를 적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 '4L + 감사' 적기 (그날을 잘 보낸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싫어하는 것도 적어보았는데요.

- 물이 마른 저수지나 호수 보기 (뭔가 마음이 아파요)

- 준비가 안 되서 스스로 자신감없는 상태로 발표나 회의를 하게 되는 것

- 하루가 정리되지 않은 기분, 잘못 보낸 기분으로 잠드는 것

- 과식을 해서 더부룩한 기분 (특히 탄산, 맥주를 많이 마셔서 배가 부른 건 정말 기분이 안 좋아요)

- 야식을 먹고 잠드는 것 (잠을 설치고 아침에 속이 안 좋아요)

- 비오는 날 운동화가 젖는 것

-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머리가 복잡하고 무거운 기분



★'플러수렴의 나 사용법'★

※ 대원칙 : 하루에 하나는 좋아하는 것을 곁들여주세요.

△ 기분이 좋아져요
- 하루를 시작할 때, 다이어리에 오늘의 시작을 기록해주세요.
- 신선하고 향긋한 음식을 먹어주세요.
- 하루에 한 번, 두 번은 집의 모든 창문을 열어 환기해주세요.
- 날씨가 좋을 때, 모자 쓰고 선글라스 끼고 음악을 들으며 산책이나 조깅해주세요.
- 해야하는 일이 있다면, 일단 노트북 앞에 앉아 보사노바 재즈를 틀어보세요.
- 해야할 일을 했다면, 체크리스트를 체크해주세요.
- 하루를 마치기 전, 책상에 앉아 '4L+감사'를 적어주세요.
(좋았던 것, 부족했던 것, 배운 것, 지속하고 싶은 것 + 감사한 일)
기분좋게 잠들 수 있을 거에요.

▽ 기분이 나빠져요
※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보세요.
- 비오는 날에 신발이 젖으면 종일 기분이 안 좋아요.
비가 온다면, 운동화보다는 다른 신발을 신어주세요.
그리고 혹시 모르니, 양말을 한 켤레 더 챙겨주세요.
- 발표나 회의 전에 준비가 부족하면 마음이 오래 불편해져요.
준비가 안 되서 발표나 회의에 들어가지 않도록, 미리 사전에 잘 준비해주세요.
멘트는 꼭 입 밖으로 여러 번 말해보며 연습해주세요. 정리가 훨씬 잘 될 거에요.
- 과식이나 야식은 불편함을 만들어요.
음식으로 불편한 기분을 느끼지 않도록, 미리 절제해주세요.
-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머리가 복잡하고 무거워져요.
이때는 손을 바쁘게 움직이는 게 도움이 됩니다.
가벼운 청소나 설거지, 음악 들으며 감정일기 적기.
- 하루가 정리되지 않은 채 잠이 들면 깊이 잠에 못 들고, 아침에도 기분이 안 좋아요.
하루를 담은 짧은 문장 하나라도 적고 잠들어주세요.(ex."오늘은 이걸 못했지만, 내일은 해보자")





오늘 하루, 별일은 없었지만 좋아하는 순간들을 만들고

'나 사용법'을 정리해본 덕분에

몽글몽글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저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

이 사용법을 매일 참고하며 지내보려 해요.
(정리하느라 좀 시간이 많이 걸렸거든요. 본전은 뽑아야죠!)

앞으로도 종종 '나 사용법' 업데이트해보려합니다.




keyword
이전 04화여러분의 필터는 무사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