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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pmage Aug 11. 2020

기후변화, 다 같이 죽거나 다 함께 살거나.

세 번째 책 , 2050 거주불능 지구

기후변화, 자연재해로 착각하는 끔찍한 인재

창 밖이 요란스럽다. 흠뻑 젖은 나무는 점점 더 거세지는 비바람에 맥을 못추며 흔들린다. 물에 잠겨있다시피한 아스팔트 도로와 보도블록에는 사람의 인기척이 거의 없다. 지상 주차장의 차들은 이미 지하 주차장으로 피신했다. 어제 오후에 여름 매미가 나무에 매달려 생명을 우지지는 소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었건만 이번 장마는 그 틈마저도 주지 않는다. 벌써 2주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목숨과 재산을 잃고 고통을 받고 있는데 태풍 '장미'가 북상 중이라고 한다. 모두들 장마가 끝나고 햇빛이 나기를 손꼽아 기다릴 테지만 그걸 보는 나는 심란하기 그지없다. 장마가 끝나고 나면 상상할 수 없는 불볕더위가 가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지구온도가 이미 1.4도 올랐다.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변화가 피부에 닿을 정도로 가깝게 다가온 적은 아마 이번이 처음인 듯 싶다.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와 가뭄이 도시와 농장을 덮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국은 안전하기를 바랬다. 하지만 이번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한국도 기후변화로부터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기후변화는 자연의 섭리가 아니라 인재이다. 인간의 행동이 섭리를 망친 셈이다. 문제는 여전히 사람들은 이것을 단순한 자연재해로 볼까 하는 것이다.


지구 온도 상승에 따른 곡물 수확량 / CCAFS - CGIAR              Climate Impact on Production / 출처: BIG FACT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왜 외면할까?

이에 저자를 대답한다. 처음에는 기후변화의 위협이 구체적이지 않아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웠고, 당장이 아닌 먼 미래에 있음 직한 일로 여겼고, 그 있음 직한 일을 다른 누군가가 공짜로 이문제를 해결해 주라고 생각했거나, 혹은 자본주의 시장과 과학 기술이 결합한 시스템이 불가능한 난제를 단숨해 해결할 것으로 맹신했다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저자는 사람들이 기후 학계의 온갖 전문용어와 복잡한 수치를 보면서 기후변화의 속도를 이해하는데 서툴렀거나, 기후변화를 나와는 동떨어진 이슈로 보고 무관심했거나, 정치가 당파적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나, 세계와 정부가 본분을 다할 것이라고 추종했거나, 과학기술의 힘이 결국 해결하리라고 맹신했던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런 기대는 요연하기만 하다. 1992년 리우에서 열린 지구 정상회담 이후 무려 28년이 지났는데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지구 온도가 1.4도 상승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1850 ~ 2025년 지구온도 / 출처:WMO, Provisional Statement on the State of the Global Climate in 2019


책임은 누구에 있는가?

저자의 기후변화의 책임은 우리 각자에게 있기에 민주적이라고 말한다. 기후변화가 몇몇 사람이 잘못된 판단 착오로 벌어지는 일이 아니거니와 여러 시대에 걸쳐 전 지역의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 의해 분산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임의 정도를 논하자면 상위 10%의 부자들이 크다고 한다. 이들은 탄소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비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상위 10%의 부자가 항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10% 상위 부자들이 유럽 수준으로 탄소배출을 제한하면 전 세계 탄소배출은 1/3만큼 줄어든다. 또한 단기적 이익이나 유행을 좇아 소비하는 전 세계의 소비자 태도도 기후변화에 한몫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들도 항변할 것이다. 남들 만큼 하는 수준의 소비를 한 것일 뿐이라고. 게다가 전기자동차를 타고, 여행 가는 횟수를 줄이면서 친환경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고. 그러나, 전등 스위치를 켰다면,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다.

 결국, 책임이 누가 더 크고 많은 지에 논쟁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논쟁에서 이긴다고 기후변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주장한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 우리 모두가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한다고 말이다. 책임을 나눈다는 것은 다 함께 뭉쳐 기후변화에 행동하자는 것으로 저자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개인 혼자서?


바다의 온도가 점점 상승하고 있다 / 출처:WMO(세계 기상기구), Provisional Statement on the State of the Global Climate in 20


개인의 선택적 소비와 친환경적 라이프스타일로 기후변화를 대응할 수 있는가?

나는 이미 『플라스틱 프리 프로젝트』를 실패한 경험이 있다. 실패했던 이유는 이렇다.


첫째, 플라스틱 소비를 조장하는 시스템에서는 개인의 생활방식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었다.

둘째, 이런 개인적 조정은 장기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셋째, 스스로 친환경적이라고 자기 합리화했다. 즉,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으면 플라스틱 위협에 대응을 했다는 자기만족 같은 것이었다.

넷째, 사회는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무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즉, 단순히 개인의 선택적 소비와 친환경적인 생활양식을 바꾸는 것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저자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한다. 개인의 소비량은 기후변화 위협에 미미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보다는 개인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태도를 지적한다. 개인의 선택적 소비와 친환경적인 생활양식의 추구로만 이뤄진 소비행태는 소극적인 대응이란 행동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러한 태도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정신에 의해 깔린 기본적인 약속에서 근원 한다고 주장한다. 즉, 사람들이 정치적 참여 대신 소비 행위로 정치적인 책임을 다 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는 유기농 음식을 먹는 것이 나쁘다고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진정으로 기후구제를 염원한다면 투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진열대에 놓인 상품만 잘 고른다고 해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말이 아니라 정치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빙하의 면적 점점 줄어들고 있다. / WMO(세계 기상기구), Provisional Statement on the State of the Global Climate in 2019


기후변화는 인간의 행동에 따른 결과물

저자는 IPCC (기후협약에 관한 정부 간 패널. 1988년 11월 설립)이 설립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회담, 조약, 협정 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적 쇼에 불과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독일 메르켈 총리는 독일의 녹색 에너지 생산량을 늘리고 원자력 에너지를 빠르게 감축했지만 그 공백을 채우지 못하자 화력발전소르 채웠다. 또한 캐나다 트뤼도 총리도 기후대책을 촉구하는 역할을 했지만 캐나다 송유관 건설을 승인했다. 게다가 2016년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했다. 그의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에너지 업계의 로비와 미국의 이기주의 성장에 따른 이유에서이다.(필자 생각) 그리고 호주 불턴 총리는 파리 기후협약을 이행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26% 감축해 2005년 수준으로 억제하려고 했지만 중도 퇴진 압박을 받아 정책을 철회했으며, 이로 인해 2018년에 사퇴하고 만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미국 워싱턴주 시민들은 투표에서 탄소세를 반대했으며, 프랑스 사람들은 휘발유 세금 인상 시도에 1968년 이후 유사 혁명 이래 최악의 시위를 벌였다. 저자는 이를 두고,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소비 선택을 하는지, 얼마나 부유한지, 얼마나 많은 탄소발자국을 남기고 있는지 사실상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지난 10년간 기후변화에 따른 난민 발생 이동 경로 / 출처: Central European University


저자는 결국 기후변화는 인간의 행동이라는 변수에 좌우된다고 말한다. 기후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인간 통제 밖의 시스템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 자체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한다. 마법 같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겪을 수밖에 없는 극적인 기후변화를 회피 또는 예방하려면 인류가 언제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즉, 앞으로 지구 온도가 2도, 3도, 4도, 5도, 심지어 8도를 향해 나아갈지는 상당 부분은 인간의 행동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달린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행동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이 책 전반에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정치적 행동을 말한다. 극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개인의 소극적인 소비행태만 변화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정부와 기업에게 이 변화에 동참하고 행동하라고 촉구해야 하는 정치적 행동이 당장 필요하다고 저자는 내게 강권하는 것 같다.

 

기후변화에 의한 국가적 재난 지역 (2015년 기준) / 출처: 위키피디어 커먼스


플랜 B가 없듯이, 지구 B는 없다.

책에 나오는 포스트카본연구소의 리처드 하인 버드(Richard Heinberg)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가끔씩 '해로운 앎'이라고 불러요. 인구과잉, 과도한 적자, 자원 고갈, 기후변화, 사회 붕괴의 원리 등 일단 알고 나면 다시 모를 수가 없죠. 결국 이후에 하게 되는 모든 생각에 스며듭니다.

나도 책을 읽고 난 후 리처드처럼 '해로운 앎’에 시달리고 있고, 내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저자는 개인의 생활양식 변화가 기후변화 대응에 미미하다고 하지만 나는 보태고 싶었다. 편리한 생활에 익숙했던 몸을 조금씩 힘들게 하면서 소비 행태를 바꾸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것조차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개의치 않고 하고 있다. 아마도 내게 딸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30년 후 성인이 된 딸이 극심한 기후변화로 고통받을 것을 생각하면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간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우리 세대에게 크게 있다면, 다음 세대에 이 고통을 고스란히 물려주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여전히 우리에게는 부족하지만 필요한 30년이 남았다. 30년 동안 인간의 어떤 정치적 행동으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에 따라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다 같이 죽겠는가? 다 함께 살겠는가?

다 함께 살고 싶다면, 빨리 이 책을 읽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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