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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pmage Aug 16. 2020

예술로 읽는 책과 여자 이야기

네 번째 책 -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1. 

책의 제목이 주는 인상은 강렬하다. 어쩌면 이 책을 집으려는 당신의 손을 멈칫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자. '위험한 여자' 속에 숨겨진 역설적 의미는 '현명한 여자'이기 때문이다. '현명'을 '위험'으로 잘못 치환한 것은 여성 자신이 아니라, 타자(他者: 개인, 집단, 사회, 세계관 등)들이다. 그렇다면 왜 위험하다고 생각했을까?

포르티나리 제단화, 휘호 반 데르 후스(Hugo Van der Goes), 1476년 ~ 1478년


2.

봉건적 정치제도와 기독교 종교 이념이 결합된 중세시대에서 책은 세속적인 문학보다는 다분히 종교서적이 많았다. 종교서적은 수도사가 양피지에 필사하여 만드는 책인 만큼 가격은 비쌌고 수요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책은 소유자의 지위를 표현하는 상징물이었다. 이 시기의 여성은 이브의 원죄를 영원히 대물림하는 위험한 존재였다. 오직 마리아를 비롯한 여러 성녀들 만이 그 대상에서 제외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여성이 지적 호기심을 일으킬 수 있는 책을 읽는 것은 또 다른 원죄를 교회가 방관하는 셈이었다. 그래서 여성은 신의 테두리에 절대 벗어날 수 없도록 묶어둬야 했다. 여성이 볼 수 있는 책은 종교서적뿐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문맹률이 매우 높아 왕족과 귀족의 여성만에게나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모습이 예술작품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마리아와 성녀가 예술 작품에 책과 함께 등장하는데, 주연은 늘 종교였으며 조연은 책이고 엑스트라는 여성이라는 인상을 준다.


책 읽는 여인(Reading woman),  피테르 얀센스 엘링가, 17세기 중기~말기,


3.

18세기 중엽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을 의미했고, 출판산업도 부흥과 경쟁이 순차적으로 일어났다. 19세기 유럽은 근대국가가 등장했고, 국가는 발전과 유지를 위해 국민을 위한 공공교육에 집중했다. 이러한 시기가 들어서기 전에는 어땠을까? 다행히 시민 계급의 여성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독서는 여성의 재력과 지위를 보여주는 척도이긴 했으나, 중세의 왕정과 귀족들의 허영과는 다르게 지적 자부심이 있었다. 그럼에도 여성의 독서는 제한을 받았다. 진리와 지식의 추종자 역할은 남성의 권리이자 의무였기에, 가정을 살피는 여자는 경제를 제공하는 남성을 따라야 했다. 게다가 당시 사회는 실용도서가 아닌 문학도서를 다독하는 것은 쾌락과 나태를 쫓는 위험이라고 했고, 특히 여성과 청소년을 취약한 대상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위험을 이야기한다. 남자에게 여자란 남자의 권력과 지위를 빼앗을 잠재적 위험이었다. 그래서 아버지와 남편은 딸과 아내를 단속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이다.

왼쪽-책 읽는 소녀(Reading Girl) / 오른쪽 - 책 읽는 여인, Franz Eyble

4. 책 속의 예술작품을 보고 있으면, 여성이 독서하는 시공간과 모습은 점점 작품의 가장자리에서 중심으로 옮겨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작업장 또는 집안의 외진 곳에서 불안하게 책을 읽는 모습에서 점점 침대, 소파, 베란다, 공원, 카페, 살롱, 주점 등으로 확장된다. 또한 책 읽는 모습도 작품을 설명하는 배경의 한 부분으로 두었다가 점점 배경을 축소하고 책 읽는 모습을 중앙으로 부각한다. 자연스럽게 여성이 책을 대하는 태도도 읽을 수 있다. 결국 이런 발전의 연장선에는 여성이 작품의 대상에서 벗어나 작품을 그리는 주체가 되어갔다. 물론 여전히 남성이 만들고 운영하는 방식에 속해야 하지만 과거를 생각하면 훌륭한 셈이다.


두 작품 제목: Woman reading in a garden (Mery cassatt, 1880    /    Yeghishe Tadevo, 1903)

 

5. 이 책은 여성은 독서를 억압과 차별의 세상에서 잠시 단절할  있는 위안의 수단으로 활용했을 것이라 말한다. 이러한 고립은 다독으로 이어졌을 것이고, 그만큼 자존감, 자신감, 자애감이 생겼을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제  책을 읽어보라. 당신이 주인공이다.


책읽는 소녀(Reading Girl), Theodor Roussel, 1886        /        꿈(Dream), Vittorio Matteo Corcos,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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