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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pmage Oct 01. 2020

왜? 달러와 금 투자 인가?

여섯 번째 책 - 『부의 대이동』/ 오건영

2020년 3월은 전 세계의 주요 금융/원자재 시장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팬데믹 공포에 휩싸여 현금(달러)을 구하고자 보유자산을 투매를 하던 시기였다. 물론, 금 선물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각 정부의 대응책이 강구되자 시장은 이성을 되찾은 듯했다. 금 선물 가격은 3월 20일에 다시 가파르게 반등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정확히 4개월 후, 금 선물 시장은 다시 한번 3월의 급등 기울기를 재현한다. 7월 20일을 기점으로 금 선물 가격은 이틀 만에 전고점(1,884달러/1oz)을 찍더니, 다시 이틀 후 1,900달러/1oz를 돌파했다. 유사한 두 사건의 시간차가 정확히 4개월이라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7월 20일이 『부의 대이동』의 출간 날이었다. 달러와 금의 투자 서적이 출간되자마자 금 가격이 오르다니, 참으로 우연이 가져다준 재미가 크지 않을 수 없다.




내 생각에 일반들이 경제와 금융에 친숙하지 못한 주된 이유 중에 하나는 경제이론과 경제용어가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명칭만 들어도 고개를 돌리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내가 처음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란 경제용어를 처음 접했을 때, 당최 무슨 말인지 감도 잡지 못했다. 지금이야 '처음 먹은 사과는 맛있지만, 자꾸 먹을수록 물린다'는 것으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눈으로 읽고 귀로 들어도 머리는 못 받아들이니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경제학의 역사가 '보이지 않은 손'의 아담 스미스를 시조로 하는 고전 경제학(1776년)에서 시작하여 리카도, 마르크스, 케인즈, 프리드먼, 폴 크루먼, 피케티 등을 거쳐 현대에 이르렀다고 말한다면, 약 250년 동안 경제학자들이 그들의 리그 안에서 그들만이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이론과 용어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생각해보라. 산업과 회사는 표준을 만들고 규칙을 생성하며 용어를 만들어 사용한다. 만약, 그것들을 만들지 않는다면, 이슈의 배경과 목적만 설명하다가 시간만 보낼 것이다. 그럼에도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것을 간단하게 '소통'이라는 목적과 '구어체'라는 수단을 적절히 사용하여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썼다. 게다가 어려운 경제용어를 가리키며 설명하지 않고, 그것이 발생한 배경과 현상을 인내심 있게 가르치듯이 설명한다. 예를 들어, 대수의 법칙(2007년 서브프라인 모기지 사태의 자산유동화증권, 부채담보부증권 관련), 앤 캐리 트레이드 현상, 볼커룰 등이 그것들이다. 물론, 회사채 스프레드,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등과 같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경제용어 들은 드러내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에 생소한 사람이라도 두 번 정도 읽으면 이해와 맥락이 눈에서 머리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는 것이다.


<델파이의 여사제(Priestess of Delphi), 1891 / John Collier>


Prophecy(예언)과 Prediction(예측)는 어원으로 볼 때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우선, Prophecy는 『Pro(앞으로) + phe(말하다) + cy(명사형 어미)』이고, 'Predict'는 『Pre(미리, 이전에) + dict(말하다)+tion(명사형 어미)』이다. 둘 다 '미래를 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Prophecy는 종교적, 계시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내용이 분명하지 않고 모호하다. 예를 들어, 고대 리디아의 마지막 국왕 '크로이서스'는 페르시아를 정복하기 위한 전쟁을 나서기 전에 델파이 신전에 가서 신탁을 받는데, 여사제 '피디아'는 '강대한 제국이 그의 손에 멸망하리라'라고 말한다. 이를 들은 크로이서스는 그 제국이 페르시아라고 여기고 전쟁을 벌이지만, 페르시아의 키루스 2세에게 보기 좋게 패하고 만다. 전쟁에 패한 크로이소스는 여사제에게 따졌으나, 그녀는 강대한 제국이 리디아였다고 계시를 받았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이를 두고 헤로도토스는 크로이소스가 현명하지 못하다고 했지만, 신탁의 애매모호함은 여전히 부정할 수 없다. 반면, Prediction은 인간의 합리적 논리와 사고에 기반하여 앞날을 짐작한다. 예를 들어, 역사가가 역사의 반복적 사실을 연구하여 일정한 패턴을 읽어내면, 현재를 기점으로 미래를 짐작하는 것이다. 따라서, Prophecy는 모호하고 불확실하다면, Prediction은 분명하고 합리적이다. 그러나 Prediction도 문제는 있다. 어떤 도구를 가지고 어떻게 사고하느냐에 따라, 두 사람이 동일한 현상을 보고도 전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마치, 요즘 부동산 현상을 두고 어느 한쪽은 폭등할 것이고, 다른 한쪽은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책으로 돌아와서, 과연 저자는 예언을 하는 것일까? 예측을 하는 것일까? 저자는 책을 통해 '지난 100여 년의 역사 흐름 속에서 금과 달러가 어떻게 경쟁했는지를 스냅샷을 찍는 것처럼 전개하고, 현재의 명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최적의 미래를 그려나간다'다고 말한다. 그래서 서사적 방법을 고집하지 않고, 금융경제의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금과 달러의 투자 방향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논한다. 따라서, 저자는 '예측'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저자가 정한 금과 투자의 방향에 대부분 동의한다.



나는 금과 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에 금융과 실물에 괴리가 심화되면서 시장에 극한 변동성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요즘 자산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투자를 가계의 신용부도를 스왑 하는 역할을 하고 인플레이션에 따른 화폐가치를 헷지 하며, 달러 투자는 디플레이션에 따른 보유자산의 하락을 대응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포트폴리오에 따라 금과 달러 투자의 비율이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어느 한쪽의 극단적으로 모는 투자는 올바르지 않다. 그리고 이런 투자를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1980년대 이후에 신용경제의 부채가 초극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부채가 감당할  없을 만큼 많으면 돈을 빌린 사람(채무자) 뿐만 아니라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 순서대로 쓰러진다. 문제는 도대체 부채가 얼마나 되는지 누구도   없다는 것이. 2008년에는 미국 금융위기를 몰고  부채의 크기를 매우 근접하게   있었고,  금액은  5 달러였다. , 그만큼만 시장에 (신용) 뿌리면, 막힌 (경색) 뚫을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수요와 공급이   멈추게 되자 기업, 자영업과 가계는 수입이 끓기게 되었고, 이를 막고자 정부와 중앙은행은 2008년의 수준을 뛰어넘은 막대한 유동성을 단지 수개월 동안 뿌렸지만 금융자산에 돈이 몰리는 결과만 낳았다.(남들  주식투자를 하니까 나도 뒤쳐질세라 나서는 형국이다). 도대체  얼마나 돈을 뿌려야 부족한 신용을 메꾸고 인플레이션이란 방향을 꺾을  있을까? 저자가 '마스크' 비유하여 설명했던 것처럼, 미국이 아무리 달러를 풀어도 기업의 금고와 가계의 장롱에 계속 담고 꺼내지 않을  같다.  누구도 앞날을 예언할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저자는 향후에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하는 등의 낙관적인 전망을 하지만, 나는 그만큼 낙관적이 못하다. 또한 최근 인터뷰 기사에 중국이 미국을 대신하여 새로운 소비시장을 제공할 수 있다는(인구가 많아 내수가 강력하므로) 의견에도 일견 동의하나 그런 방향으로 가기를 바라지 않는다. 중국이 여러 방면에서 미국만큼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과 제도를 외국인에게도 동등하게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기준으로 볼 때 달러 시스템을 당장 대신할 국가와 체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바뀔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레이 달리오에 따르면 세계 역사에서 볼 때 기존 화폐가 망하고 새로운 화폐가 등극할 때, 기존 제국이 쇠하고 새로운 제국이 흥했다고 한다. 과연 달러는 언제까지나 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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